6개월 배낭여행의 기록 세번째: 베트남
지난밤 과음으로 인해 나랑 데이빗은 아침부터 숙취로 고생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출발하려고 했지만, 늦잠도 늦잠이고 컨디션도 별로여서 조금 쉬기로 했다. 도미토리 벽에 기대 카라마조프 형제를 읽다 좀 괜찮아져서 망고 스무디를 사러 나왔다. 어젯밤 데이빗과 논쟁이 과해져서 감정적이었던 부분을 반성하고 사과하는 의미에서 망고 스무디를 데이빗에게 건넸다. 서로 웃으며 스무디를 마시고 정신을 좀 차린 후 짐을 챙겼다.
배낭을 오토바이 뒤에 고무끈으로 잘 고정시킨 뒤 시원한 커피 한 잔을 들이켜고 땀을 좀 식혔다. 카페인 충전도 했겠다, 기름도 풀로 넣었겠다. 시동을 걸고 달리기 시작했다. 야호.
호치민 시티를 벗어나는 길을 사람들은 영화 '매드맥스'의 먼지 자욱한 길에 비유한다. 참 적절한 비유다. 수많은 차들이 내뿜는 매연을 들이키며 슬슬 국도로 넘어가는데 우회전을 놓쳐버렸다. 뒤에선 트럭이 계속해서 오기 때문에 U턴을 하기 위해 재빨리 기회를 봐서 턴을 했다. 턴을 하고 뒤를 돌아보니 데이빗이 없다.
오토바이를 잠시 세워두고 기다렸다. 한참을 기다려도 안 오길래 잠시 에어플레인 모드를 해제하고 로밍 데이터를 통해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 전송이 안 돼서 일단 다시 출발했다. 얘도 나라면 연락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먼저 도착점에 가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국도를 계속해서 달리던 중 갑자기 쿵 하는 소리가 들려 잠시 세웠다. 오토바이 뒤 허들이 부서져서 배낭이 푹 가라앉아 바퀴 옆에서 덜렁, 힘겹게 매달려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길 건너편에 정말 운이 좋게도 바이크 정비소가 있었다. 패잔병처럼 오토바이를 질질 끌고 정비공한테 갔다. 정비공이 오토바이 몰골을 보니 딱 뭐가 필요한지 알고 알아서 허들을 새로 갈아줬다. 어디서 왔냐고 물어보길래 한국! 이랬더니 반가워하며 한국말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긴 창원에서 2년간 지냈다, 나는 한국이 좋다, 나와 같이 사업하자, 너는 전공이 뭐냐 등 얘기를 하다 보니 좀 친해졌다. 친해지니 옆집 식당 아주머니한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캐내 주었다. 와이파이 연결을 하니 데이빗한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자기도 출발했는데 핸드폰이 먹통이라 길을 잃었다고 한다. 수리가 끝난 뒤 데이빗이 기다리는 쇼핑센터 입구에 도착했다. 다시 핸드폰을 충전하고 재정비를 하려는데 진이 빠져 버렸다. 근처에 롯데리아가 있길래 들어갔다. 롯데리아에 왜 빅맥이 있는진 모르겠지만 빅맥 한 개씩을 먹고 재충전을 마친 우리는 다시 힘차게 달렸다.
계속 달리다 보니 고속도로 톨게이트가 보였다. 슥 지나가려는데 교통경찰이 호루라기를 불며 다가왔다. 구글 지도를 보여주며 이 톨게이트를 지나야 하는데 어쩌죠? 물어보니 잠시 따라오라고 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옆 사무실 건물로 인도받아 갔다. 가서 웃으면서 다시 물어보니 옆 샛길을 보여주며 쭉 직진하라고 했다. 이름 모를 마을 비포장도로에 정글 길이어서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어서 쭉 달렸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맞는 길 같지 않아 잠시 멈춰 정자에서 낮술 거하게 하고 계신 어르신들에게 손짓 발짓 섞어가며 길을 물었다. 질문에 대한 대답 대신 자꾸 앉아서 한잔하고 가라고만 하셨다. 평소 같으면 같이 마셨겠지만 갈 길이 먼 우리는 간신히 마다하고 주위 마을을 찾았다. 마을 구멍가게에서 물을 사며 아주머니에게 길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셨다. 호치민을 나가는 고속도로는 일반차량만 진입이 가능하고 오토바이는 출입이 안 된다고 한다. 따라서 오토바이로 호치민시티를 나가려면 북쪽 다리로 강을 건너야 한다고.
배 타고 건너갈 생각도 해봤지만 적당한 나룻배가 보이지 않았다. 강을 건너기 위해 북쪽으로 계속 달렸다. 한참을 돌아 강을 건넌 뒤 열심히 달렸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어 근처에 숙소를 잡고 쉬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호치민 시티를 탈출했다. 여유를 즐기며 간단하게 쌀국수 한 그릇을 저녁으로 먹었다. 진한 쌀국수 국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배를 따듯하게 데워주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탱글탱글한 면발의 식감도 좋았다. 하루가 인상적이어서 더 맛있었나 보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출호치민기 탓에 일찍 잠들었다.
하노이까지 약 2,00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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