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배낭여행 노트: 베트남 - 호치민시티
프놈펜에서 호치민 행 야간버스를 탔다. 간이침대에서 푹 자고 일어나니 국경이었다. 출국 도장을 찍고 입국 도장을 찍은 뒤 다시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정도 더 달려 호치민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이러한 레퍼토리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대충 숙소에 가방을 던져두고 허기를 채우러 길거리에서 파는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예술이었다. 베트남 여정 끝까지 함께하게 되는 고마운 친구 반미 샌드위치와의 첫 만남이었다.
야간버스를 타고 오느라 고생한 우리에게 시원한 수제맥주를 선물했다. 저녁 밥 대신 흐르는 빵인 맥주를 한 잔씩 더 시켜 마셨다. 영양분이 풍부한 맥주를 즐겁게 마신 뒤 일찍 숙소로 돌아와 쉬었다. IPA, 바이젠, 브라운에일 등 상당히 많은 가짓수의 탭에 놀랐다.
크리스마스 이브날이다. 아침부터 지옥이었다. 어젯밤 사랑니 치통으로 한숨도 못 잤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근처 치과에 갔다. 보험 적용도 안 되는 여행자 나부랭이라 조심스럽게 진료를 받는다. 갑자기 엑스레이도 찍고 스케일링도 한다. 아 여기서 여행자금이 다 털리겠구나. 여기까진가 내 여행은.. 뭐 이런 생각을 하며 조마조마해하고 있었는데 의사 선생님이 상담하러 들어오라고 한다. 결론은 내일 오전 9시에 사랑니를 뽑으러 오라고 한다. 일단 알았다고 한 뒤 도망칠까 고민하다 일단 계산을 하러 계산대로 갔다. 진료+엑스레이+스케일링+발치까지 총비용은 120불 정도로 생각보단 괜찮았다. 얼마동안 술 안마실 요량으로 계산을 했다. 처방받은 약을 먹고 호스텔 침대에 누워있는데 참 이가 시린 크리스마스이브가 아닐 수 없었다.
오늘은 벤의 마지막 날이라 벤과 데이빗은 월남전쟁 유적지에 가기 위해 새벽에 나를 버리고 호스텔을 나섰다. 아침이 밝았고 사랑니 발치를 위해 어제 갔던 치과에 갔다. 수납을 하고 멍하니 앉아 대기하며 크리스마스 트리를 바라봤다. 전체 발치에는 약 2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마취 주사를 놓고, 감각이 마비되고, 살벌하게 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고, 집게로 잡아 뜯는 느낌이 들더니 다 끝났다. 발치 후 다시 숙소로 돌아와 거즈를 물고 침대에 누웠다. 잠이라도 자면 빨리 새살이 돋을 것만 같아서 약을 먹고 저녁까지 잤다. 자고 나니 괜찮아져서 나, 데이빗, 벤은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벤의 마지막 날을 기리며 맛있는 요리를 먹었다. 태국부터 함께한 벤은 내일 새벽 비행기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이제부터 진짜 여행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