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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보너머 Sep 09. 2019

조국 후보자 논란, 대중의 분노는 정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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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점점 더 불거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세습 구조에 맞선 청년 다수를 위한 정치를 이야기해 온 [진보너머]로서, 여러 논란 중 자녀의 입학과 재학을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의 세습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음을 말하고자 합니다.


물론 진보너머는 보수언론이나 자유한국당 일각에서 나오는 무분별한 사생활 침해와 과도한 의혹 제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반대합니다. 특히 사모펀드, 위장이혼과 관련된 문제 제기는 과도한 사생활 침해의 소지도 다분하며 향후 청문회를 통해 밝혀져야 할 여지가 많습니다. 하루빨리 한국당이 청문회 일정에 합의해주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그러나 자녀의 진학과 재학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밝힙니다. 문제는 탈법 위법 여부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주류 엘리트가,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촛불시민들이 서글프게 확인한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청년들의 박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해도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하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고심하고 목숨 걸고 달려들어야 하는 청년들에게, ‘학부형 인턴십’이라는 난생처음 들어본 과정에서 논문의 제1저자가 되는 것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겠으며, 또 등록금과 생활비를 위해 휴학을 불사하고 알바로 구슬땀을 흘리는 청년들에게, 하늘에서 내려온 선물 같은 6학기 연속 장학금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겠습니까? 그게 다른 정치세력도 아닌 저 보수 기득권 세력의 패악질을 예리하게 공격해왔던 정치세력이라면 그 배신감이 어떻겠습니까? 안타깝게도 조국 후보자는 이에 대해 답하지 않고 있습니다. 위법, 탈법이 아니라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국 후보자와 최순실을 비교하지만 둘은 다릅니다. 그러나 오히려 다르다는 게 지금 이 사태의 핵심입니다. 최순실은 명백한 불법을 저질렀을 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를 정면으로 무시했습니다. 전혀 엘리트답지 않게, 무리하게 자기 욕심대로 일을 벌이다가 결국 누구도 쉴드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최순실은 "(진보든 보수든) 지금도 불합리한 제도와 지위를 통해 대한민국을 움직이고 있는 실세 엘리트"들을 전혀 대표하지 않는 인간입니다. 그게 결국 조선일보마저 박근혜 정권에 등을 돌리고 손절하게 만든 원인입니다.
 

반대로 지금의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한국사회의 소위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우리 사회의 '진짜' 엘리트가 자신의 계급을 어떻게 대물림하는지를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입니다. 사회적 지위와 계급을 재생산하기 위해, 최순실처럼 대놓고 규범을 무시하기보다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정당화를 동반하는 '세련된'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많은 청년들이 더한 박탈감과 깊은 실망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것이 최순실 같은 '가짜' 엘리트가 아닌 '진짜' 대한민국 지배계급 엘리트 본연의 처세술이며, 지금의 세습사회의 근본적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보수는 보수대로 신이 나서 이 사건을 조국을 넘어 문재인 정부 전체에 대한 도덕성 공세로 가져갈 것입니다. 예의 그 ‘강남좌파’ 운운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위선적인 모습은 어디 ‘강남좌파’만의 문제입니까? 두말하면 입 아픕니다. 기업과 나라를 위한다며 정 반대로 더 큰 해악만 끼쳤던 보수 엘리트들도 요점을 놓치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논란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나 우려를 섣불리 이념의 잣대로 규정하거나, 팩트를 확인하지 않은 문제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청년들은 이전 정부와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거듭되는 인사 논란에서 ‘민주화 엘리트’를 포함한 ‘똑똑한 기득권층’의 민낯을 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한편으로는 최순실 사태보다 더한 허탈감과 환멸감이 들게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가 폐쇄된 엘리트들 사이의 순환 속에 갇혀있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회주의적 보수파의 공세와 구분하여, 청년들이 이번 사태에서 왜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는지 알아야 할 것입니다. 정의당은 이번 논란에 대해 진영논리와 개인의 도덕성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신분제에 가까운 세습사회에 대한 대중의 문제의식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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