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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보너머 Sep 10. 2019

[조국 논평] 사실 우리는 같은 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제 '청년들의 시간'을 만듭시다

"오늘날 청년들은, 오늘의 현실과 어제의 비참함을 비교하지 않는다."


독일의 총리였던 빌리 브란트가 ‘청년들의 반정부 시위’에 대한 견해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며 했던 말입니다. 나치의 파시즘과 전후의 폐허에서 나라를 일으킨 기성세대였던 빌리 브란트는 “오늘의 청년이 불만을 갖지 않는다면 독일의 내일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어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장관으로 임명했습니다. 지난 한 달간의 논란은 일단락된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조국 장관을 둘러싼 논란을 통해 터져 나온 청년들의 목소리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이 목소리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과제를 읽을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의 청년들이 과거 어느 세대보다 더 과감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청년들의 분노만이 아니라, 국민 다수가 더 평등한 세상을 열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청년들의 분노와 좌절감은 단지 입시제도와 교육정책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면 결과가 공정할 것이라는 믿음이 존재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분노였습니다. 조국 장관의 자녀가 상징했던 기득권의 혜택이란 돈이나 학벌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특권 엘리트층에서만 공유되는 정보와 인맥, 그로부터 주어지는 무형의 수많은 기회들입니다. 아무리 애써도 뚫을 수 없는 견고한 벽을 마주하는 좌절감. 그렇게 우리 사회가 신분제 사회, 세습 사회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분노와 좌절이 가장 큰 이들은, 당연하게도, 촛불집회를 했던 명문대생들 만이 아니었습니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단군 이래 처음으로 부모보다 가난한 세대입니다. 20대의 대부분을 사회 진출을 준비하는데에 보내는 세대이며 인생의 준비기가 가장 긴 세대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편의점에서 알바 하며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들이 가장 분노하고 좌절한 이들입니다.


더욱이 청년들의 분노 뒤에는 부모 세대의 위태로운 삶이 있습니다. 청년들의 사회 진출이 늦어질수록 부모 세대는 자식 세대를 늦게까지 보살펴야 합니다.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부모세대는 힘겨운 노년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물려 받을 것이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노력에 비해 더 부유해지기 쉬운 반면, 물려받을 게 없는 이들은 자신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 이러한 세습의 구조를 깨자는 것이 청년들의 일관된 목소리인 것입니다.


우리는 이미 촛불혁명을 통해 “돈도 실력이야” 라고 말하던 정유라의 세계관을 거부했습니다. 청년들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견고하게 유지시키는 ‘최종보스’를 향해 나아가자고 말하고 있습니다. 50보와 100보 사이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이미 50보를 나아갔으니 50보 더 나아가자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공정한 세상을 위해 50보를 더 나아가자는 요구는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과 맞닿아 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불평등한 사회를 유지시키는 데 그동안 검찰 권력은 막강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청년들은 조국 후보자를 둘러싸고 기승을 부리는 ‘정치 검찰’에 분노합니다. 강원랜드부터 KT까지, 자유한국당에는 채용 비리에 얽힌 국회의원들이 수두룩합니다.


검찰은 그들에게 어떻게 했습니까. 친인척들의 채용을 청탁한 국회의원들은 무혐의로 풀어주면서 사법개혁을 추진하려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부인은 수사도 없이 기소하는 것이 대한민국 검찰입니다. 재벌 대기업 앞에서는 한없이 약하면서, 힘없는 노동자에게는 더없이 가혹한 것이 대한민국 검찰이었습니다.


더 강하고 확실한 개혁을 원하는 국민들이 보기에 각종 논란에 휘말린 조국 후보자는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개혁에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검찰, 제 몸에 묻은 것은 보지 못한 채 청년들의 좌절감을 이용해대는 자유한국당에도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정의당의 모두가 곤혹스러웠습니다.


그 곤혹스러움에 대해서 <진보너머>의 청년들은 당당하게 말하고자 합니다. 사법개혁이라는 대의에 동의해 조국 장관의 임명을 지지한 사람들, 신분세습사회에 반발하며 조국 장관 임명에 반대한 사람들 모두 정의당의 지지자들입니다. 우리 모두 이유는 달랐지만, 사실 같은 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세상을 바꿀 사법개혁에 대한 지지와, 신분세습사회를 타파하자는 목소리는 모두 같은 길 위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은 촛불혁명이 만들어준 길입니다.


조국 장관 임명을 두고 정의당 당원 여러분들의 생각이 다소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어디로 가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모두 생각이 같을 것입니다. 이번 사태에서 ‘조국의 시간’, ‘검찰의 시간’, ‘대통령의 시간’ 등 여러 국면이 있었지만, 이제 불평등에 맞서는 시간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정의당의 시간’, '청년들의 시간'이 등장할 차례입니다.


정의당 의견그룹 <진보너머>는 정의당의 시간이 곧 ‘청년들의 시간’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립니다. 오늘날 불공정하고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사회에서 가장 고통 받는 집단이야말로, 민주화와 촛불혁명 위에서 더 진도를 빼고 싶은 가장 절박한 이들이기 때문입니다. 청년들이야말로 '최종보스'와 맞서 싸우는 길에 주저없이 그 선두에 설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이 그 열망을 그대로 받아 안읍시다. 정의당이 그토록 바랐던 더 많은, 더 과감한 사회경제적 개혁을 대한민국 청년들과 국민 다수가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확인하지 않았습니까?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정의당의 시간'을 만들어냅시다. 정의당의 청년모임 <진보너머>가 그 길에 앞장 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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