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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보너머 Mar 04. 2021

진보너머 커리큘럼 #2.

우리 안의 '엘리트주의'를 넘어

커리큘럼 소개


진보너머는 그 동안 청년과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정체성 정치'와 '엘리트주의'를 넘어선 진보적 대안을 고민해왔습니다. 이 문제가 고질적인만큼 우리와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많은 국내외 저자들이 있었는데요.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독자들에게 해답의 단초를 제공하는 책들을 차례대로 공개 합니다. '정체성 정치와 엘리트주의 비판'에 이어서 본격적인 '사회경제적 대안'에 대한 커리큘럼도 추후 공개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2. 우리 안의 '엘리트주의'를 넘어


3.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위건 부두로 가는 길 (notion.so)



1줄 평

조지 오웰 생전에도 요가와 채식 등의 개인적 생활양식이 마치 도덕적으로 우월한 양 과시하는 이들이 있었다.


500자 서평

"세계에서 모든 극우 파시즘이 약진한다면 그건 우선 사회주의자의 잘못이다" '카탈로니아 찬가' 등의 저작으로 유명한 조지 오웰은 파시즘과 직접 '맞짱'을 뜬 신념형 사회주의자이지만 동시에 그는 사회주의자의 자기반성을 촉구한 인물이기도 하다. 하층 노동계급과 직접 부대끼며 살았기에 그는 누구보다 엘리트 계층에 의해 사회주의 이념이 왜곡되고 변질될 가능성을 경계했다. 특히 이 책의 후반부에 실린 정치 평론들은 우화의 형식인 '동물농장'이나 '1984'보다 더 직설적으로 진보주의자들의 오만과 선민의식을 고발하고 있다. 과거에도 채식주의나 요가 등이 마치 진보다운 패션 라이프스타일인 것인양 유행했는데 이것이 얼마나 대중들의 현실과 유리된 허위의식인지를 고발하는 내용이 압권이다. 얼마 전 고기집의 손님을 상대로 난동을 피우고 이를 자랑스레 SNS에 인증한 활동가들이 떠오른다. 시대를 앞선 비판이라 할 수 있다.


4.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 (notion.so)



1줄 평

고학력 전문직 '애니웨어'와 달리, 사회경제적으로는 진보적 재분배를 바라면서도 사회문화적으로는 지역사회에 붙박이로 살아가며 일정부분 보수적 성향을 띠는 '섬웨어'들을 (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세력이 버리면 안 된다는 영국인 저널리스트의 경고.


500자평

트럼프의 당선 이후 더욱 화제가 된 책 '엘리트가 버린 사람들'은 영국 브렉시트를 기점으로 과거의 좌파와 우파의 도식으로 회수할 수 없는 애니웨어(정치적 올바름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코스모폴리턴 성향을 띤 고학력자와 전문직)와 섬웨어(전통적 가치관에 충실하고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을 가지며 세계화를 우려하는 저학력 노동계급) 사이의 균열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전통적 노동당 지지자인 저자는 이런 현상이 기성우파보다 노동당 같은 기성 좌파 정당에 더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노동당 내에서 가장 목소리가 큰 고학력 애니웨어 활동가들이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섬웨어의 목소리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계급이 다른 포퓰리즘 정당으로 이반하는 사태를 불렀다. 심지어 영국 노동계급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던 제러미 코빈도 이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한국의 진보정치 세력도 비슷한 딜레마를 안고 있다. 경제적 불평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민, 환경, 젠더 등의 정치적 올바름의 문제에는 중도적 관점을 취하는 다수 유권자들이 있다. 이들을 섣불리 잠재적 혐오주의자나 차별주의자로 몰아붙이는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의도한 것과 정 반대의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5. 공정하다는 착각


공정하다는 착각 (notion.so)


1줄 평

트럼프를 탄생시킨 능력주의=엘리트주의의 위력! '불평등' 이야기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500자평

화제의 책인만큼 게으른 인용과 오독이 난무한 책이므로 주의를 요한다. 샌델은 능력주의로 대표되는 오만과 착각에서 민주당 주류로 대표되는 미국 진보정치의 실패를 읽어낸다. 샌델이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능력주의’ 그 자체보다 ‘엘리트의 오만’이다. 특히 샌델은 현대사회의 공정성이라는 신념 아래 놓인 능력주의라는 함정을 심도 있게 분석하여, 그것이 진정한 공정성이 아님을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이 책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최근 미국사회에 상처를 남긴 '트럼피즘'의 부상이 단순한 퇴행적 이데올로기의 발흥일뿐만 아니라 대중의 정당한 분노를 동원한 현상이라고 지적하는 대목이다. 특히 샌델은 엘리트의 오만한 태도가 하층-백인-노동자에 대한 멸시로 이어져 트럼프 신드롬에 복무했다고 진단한다. 하층 계급을 도덕적, 문화적으로 계도하려 들면서 도덕적 우월성을 뽐내는 정치가 만연하고, 이들을 사회의 주체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정치가 없다면, 아무리 이들을 위한 ‘불평등 해소’를 외친들 씨가 먹히지 않을 것이다.

공동체주의 내에서도 보다 진보적 방향성을 내세우는 샌델은 능력주의와 공정성의 신화 아래 낙오된 노동자의 존엄을 회복하기 위한 방법을 골몰한다. 그는 미국 의회는 인종과 성별의 영역에서 다양화되었을지언정 대졸 이하 학력 정치인들의 입지는 어느 때보다 좁아졌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우리의 상황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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