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의 반성문에 대하여
지난 9일 민주당 청년 국회의원들이, 12일에는 재선 국회의원들이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쯤 되면 민주당 의원님들에게 금칙어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혹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말하면 물벼락이 쏟아지거나, 수영장으로 날아가는 건 아니겠지요?
정치학자 샤츠슈나이더는 ‘편향성의 동원’이라는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정치 엘리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갈등을 부추기고, 불리한 갈등은 숨긴다는 개념입니다. 이번 민주당 의원들의 반성문을 통해 민주당이 숨기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조국, 추미애, 인국공 사태를 이야기하면서도 20대 남성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진보너머는 지난 논평에서 민주당이 극우적 페미니즘을 용인하며 저질렀던 많은 실책들을 지적했습니다. 청년들은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는 동시에, 남녀를 갈라치기 하는 페미니즘과의 결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페미니즘에 대한 반성이 빠진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반성문입니다.
불공정도 해결하고 페미니즘도 하면 안 되는 걸까요? 네 안됩니다. 미국의 진보 정치 단체인 DSA의 일원 멜리사 나셱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처럼 분리주의 페미니즘의 몰상식한 요구에 끌려다닌다면 불공정, 불평등과 싸울 에너지를 리얼돌과 싸우는데 쓰는 촌극이 벌어질 것입니다.
더군다나 민주당이 핵심을 은폐하며 들고 온 논리는 더없이 유치합니다. 조국 교수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지지자들을 결집시켰던 것은 누구입니까? 서초동에 촛불을 들고 모인 시민들은 이제 버리는 카드입니까? 조국 사태에 대해서 청년들이 분노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손바닥 뒤집듯이 유통기한 지난 사과문을 발표한다고 지지율이 회복될 거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청년을 대변하겠다’, ‘청년과 소통하겠다’ 말만 하지 말고 그들의 외침을 들으십시오. 왜 여성들의 경력단절 문제는 말할 수 있는데, 남성들의 군 복무 보상 문제는 말할 수 없습니까? 왜 여성의 자살률 증가는 말할 수 있는데, 하늘을 찌르는 남성의 자살률은 말할 수 없습니까? 이러한 질문에도 대답할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반성문에 ‘2차 가해’, ‘성인지 감수성’같은 오발탄이 나오는 것입니다.
비겁하게 본질을 피해 가지 마십시오. 상황을 똑바로 직시하십시오. 오늘날 청년 남성들은 여러분에 비해 성차별에 대한 도덕적 죄책감으로부터 훨씬 자유롭습니다. 여러분의 죄책감을 청년들이 억지로 지도록 만들지 마십시오. 이미 그들은 취업난과 고된 노동으로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미래입니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라 엄연한 사실입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민주당을 향한 청년들의 경고를 똑바로 들어야 합니다. 이번 입장문과 같이 엉뚱한 반성을 하고 있으면 청년들이 만드는 미래에 민주당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