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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Apr 18. 2019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가고 싶어요?

작심삼십일 취향편 #11

스웨덴에 온 첫해, 주택난이 무엇인지 온몸으로 실감했다. 현지인 살 곳도 부족한 도시에서 학생이자 외국인이었던 나에게는 마음 편히 머물 작은 방 한 칸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에어비앤비는 그런 나에게 구원이자, 지옥이었다. 나는 싸구려 방을 전전하며 일 년을 보냈다. 그사이 이사만 다섯 번 하면서 인종차별주의자와 한집에서 살기도 하고, 시리아 난민이 무리 지어 사는 동네에서 지내기도 했으며, 김치 냄새만 맡아도 뛰어와서 당장 치우라고 말하지만, 설거지는 2주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그리스인과 3개월을 같이 살았다. 


여행 같은 일상 아니었냐고? 글쎄, 그 추운 방에서 덜덜 떨며 홀로 긴 밤을 보냈던 나로서는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한동안 가고 싶은 곳이 없었다. 나는 여행이 아니라 편안함, 따뜻함, 밝음, 정착, 휴식, 안심이 필요했고, 작년에는 있던 휴가 전부를 서울행에 부었다. 지금은 다행히 상황이 나아졌다. 스톡홀름에 와서 처음으로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공간도 생겼고, 도시 곳곳에 내가 좋아하고, 자주 가는 공간도 생겼다. 다시 집이 생겼고, 다음 행선지를 고민할 여유도 생겼다. 

3월의 제네바


얼마 전 출장으로 제네바에 다녀왔다. 건물 사이사이 저 멀리 보이는 산 위로 눈이 가득 쌓여 있었다. 그 눈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인터라켄까지는 기차로 2시간 반.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이런 설렘은 오랜만이라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다음에 혼자 말고 같이, 제대로, 여유롭게 오기로 다짐했다. 



#작심삼십일_취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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