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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Apr 19. 2019

집에 손님을 초대한다면
어떤 음식을 대접하고 싶나요?

작심삼십일 취향편 #12

주말에 손님이 오기로 했다. 어떤 요리를 해줄까. 상대는 무엇을 좋아할까. 못 먹는 건 없을까. 어느 정도 정해지면 마트에 나가서 장을 보고, 가져온 재료를 하나씩 차분히 손질한다. 집에 있는 간장, 고추장, 고춧가루, 마늘, 식초, 설탕, 미림 등을 적당히 섞어 양념을 만든다.


그다음 뜨겁게 달군 조리도구 위에 붓고, 섞고, 볶고, 뒤집고, 휘젓고, 굽고, 튀기고, 지지고, 삶고, 졸인다. 적당한 그릇에 요리를 담고, 상 위에 놓는다. 김이 피어오르는 그 위로 젓가락, 숟가락들이 부지런히 오고 간다. 요리는 온데간데없고 그릇은 어느새 바닥을 보인다.


이 모든 과정은 진심 없이 시작할 수 없고, 정성 없이 완성할 수 없다. 요리에는 마음이 담긴다.


지금 사는 집에 오는 손님은 둘 중 하나다. 학교나 직장에서 만난 현지인, 혹은 스톡홀름에 놀러 온 한국 친구. 비빔밥 말고는 한식을 모르거나, 오랜 여행으로 한식이 그리워진 사람들. 그래서 우리 집에 누군가를 초대한다면 한식을 대접하고 싶다. 정성이 들어간 만큼 맛도 있고, 이유가 무엇이든 먹는 사람도 좋아하니까 만드는 입장에서 이만큼 좋은 선택지가 없다.


한식은 일단 한 상이 나와야 보기도, 먹기도 좋다. 불고기, 제육볶음, 보쌈, 닭볶음탕 중 하나에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여기에 반찬으로 김치와 계란지단 혹은 해물파전 정도는 해줘야 마음이 놓인다. 아직까지는 손이 빠르지 않아서 전날부터 준비해야 하지만, 즐거워하는 상대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꽤 할만한 고생이다. 마무리는 부담스럽지 않게 디카페인 커피, 혹은 산뜻한 하겐다즈 딸기 아이스크림이 좋겠다.



#작심삼십일_취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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