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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Apr 2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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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십일 취향편 #22

고등학교 때 다닌 논술 학원에서 처음으로 마루야마 겐지의 책을 읽었다. 그의 문장은 간결하고, 담담하고, 건조해서 조금은 뻑뻑했다. 대신 쉽고, 짧고, 직설적이고, 정확해서 읽기 편하고, 이해하기도 쉬웠고, 미사여구도 없으니 언제 읽어도 촌스러울 일이 없었다.


유시민의 글은 그가 썰전으로 유명해진 후에 읽었다. 자신을 지식 소매상이라 부르는 그의 문장을 차분히 따라가다 보면 평소 어려워하던 주제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의 문장은 마루야마 겐지보다 여유롭고, 친절했다.


김하나 작가는 예비 광고인 시절부터 내가 존경하는 카피라이터였다. 신입 시절 회의에서 박웅현 CD의 맞춤법을 지적했다는 이야기는 전설이었다. 그녀의 카피와 글은 리듬감이 있었고, 개인적이고, 인간적이어서 공감할 수 있었다.


나에게는 위 세 명 외에도 수많은 글쓰기 선생님이 있다. 내 글은 그들의 문장에서 내 마음에 드는 몇 가지를 마음대로 취한 졸저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나만의 글쓰기 팁이라고 부를만한 것은 아직 없다. 대신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글쓰기 원칙 몇 가지를 소개한다.



완벽한 문장을 쓰려고 애쓰지 않는다. 생각 정리가 먼저다. 일단 생각나는 대로 조각조각 적고, 안 써지면 안 써지는 대로 단어라도 적는다.


한 문장에는 한 가지 이야기만 한다. 한 문장에 서로 배치되는 내용이나 한 가지 이상의 이야기를 하려다 보면 문장이 막히거나 꼬인다. 욕심을 버리고, 하나에만 집중한다.


장면은 설명하기 보다 보여주면서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좋다’라고 쓰기보다 왜 좋았는지 상세하게 적는다. 알랭 드 보통처럼 묘사에 집착할 필요는 않는다.


단어는 쉽게 쓰고 문장은 짧게 쓴다. 글은 상대에게 나의 문장력과 똑똑함을 과시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전달하기 위해 쓴다. 쉬우면 쉬울수록, 짧으면 짧을수록 좋다.


외래어는 피하고, 번역체 문장은 쓰지 않는다. ‘되다’보다 ‘하다’로 쓰고, ‘그리고’, ‘그래서’, ‘하지만’도 줄인다. ‘적’, ‘의’, ‘보이는’, ‘것’, ‘들’도 최대한 쓰지 않는다. 퍽퍽하고, 불친절한 문장 같겠지만, 실제로는 매끄럽게 읽힌다.


글이 어느 정도 완성되면 문장을 소리내서 읽는다.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운율감도 살려본다. 문장을 다시 쓰는게 더 빠를 때도 있다.


자고 일어나서 다시 읽어본다. 어제 한 번 써본 문장이라서 조금 더 간결한 문장을 쓸 수 있다.


매체에 맞게 단락과 문장 길이를 조절한다. 온라인에 쓰는 글은 보통 한 단락에 140자면 충분하지만, 잡지의 경우 그 두배는 필요하다.


글이 어떻게 보이는지도 글을 읽는 데 영향을 준다. 글을 올리면서 매체에서 글이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독자가 읽기 편한지도 꼭 확인한다.



#작심삼십일_취향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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