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재 Apr 29. 2019

나에게 ‘취향’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작심삼십일 취향편 #23

취향은 각자가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그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들의 모음이다. 개인이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판별해준다는 점에서 리트머스 종이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취향만 알아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어느 정도는 추측할 수 있다.


취향은 온전히 개인 몫이다. 취향에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좋은 취향도 없고, 독특한 취향도 없으며, 나쁜 취향도 없다. 오직 각자의 취향만이 있을 뿐이다. 모두의 취향은 다르며, 법적으로,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존중받아 마땅하다. 자랑스러워할 필요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으며, 강요할 필요도 없다.


모두가 좋아하는 베를린도 나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도시이고, 모두가 사랑하는 파리도 나에게는 유럽에 있는 흔한 관광지 중 하나다. 반면, 모두가 심심하다고 말하는 북유럽 도시들은 나에게는 보석 같은 도시이며, 누가 뭐라 하든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이 제일 좋다.


물론 취향이 없어도 문제는 없다. 단, 취향이 풍부한 사람의 세상은 조금 더 풍요롭다. 좋아하는 음식, 좋아하는 풍경, 좋아하는 음악, 좋아하는 영화, 좋아하는 글, 좋아하는 카페, 좋아하는 공원이 있으니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더 잘 보고, 더 잘 듣고,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취향은 관심에서 시작한다. 왠지 모르게 눈에 밟히고, 손에 걸리고, 머리에 남아서, 불현듯 생각나는 그런 무언가가 있다.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느낀 다음 왜, 어떻게, 얼마나 좋아하는지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취향이 생겨난다. 같은 걸 좋아하더라도 각자 보고, 느끼는 게 다르기 때문에 그 이유는 다를 수 있다.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의 만남은 전혀 다른 두 세상이 만나는 일이다. 공통점도 물론 있겠지만, 차이점이 더 많은 게 정상이다. 나와 다르다고 모른척하지 않고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마주할 수 있다면, 내려보거나 올려보지 않고 그 자체로 존중할 수 있다면, 보다 즐겁게 보낼 수 있다.


“취향. 마음이 가는 방향. 아무도 상관할 필요 없는, 누구의 허락도 필요 없는 내 마음의 방향. 좀 촌스럽더라도, 좀 볼품없더라도, 좀 웃기더라도 이것은 나의 취향. 나의 소중한 취향.” 하루의 취향, 김민철


어느 가을 저녁의 스톡홀름



#작심삼십일_취향편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글쓰기 팁을 공유해주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