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십일 취향편 #26
한동안 힙하다는 브랜드를 쫓아다녔다. 남들과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덕분에 힙한 취향이 있다는 꼬리표가 붙었다. 좋으면서도 불편했다. 취향에서 뒤처지고 싶지 않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 헤매야 했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거꾸로 나를 정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브랜드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취향으로 브랜드를 나열하기보다 추상적인 느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핵심은 소비에 있었다. 스웨덴에 오면서 정착과 거리가 먼 삶이 계속되면서 생활이 단순해졌다. 돈은 음식과 여행에만 나갔다. 구체적인 무언가로 설명할 수 없으니 내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더 분명해져야 했다.
소비로 취향을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다른 사람 눈도 덜 의식하게 되었다. 인스타그램에는 힙한 공간과 브랜드 제품보다 내가 좋아하는 풍경을 찍어서 올리기 시작했고, 페이스북과 브런치에도 내가 무슨 책을 읽었네, 어디에 갔다 왔네, 무슨 브랜드를 좋아하네 구구절절 쓰기보다, 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쓰기 시작했다.
작심삼십일은 이런 나의 노력이 취향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른 사람 시선에 휘둘릴 때도 여전히 있지만, 지금까지는 대체로 내 마음대로 잘살고 있는 것 같다. 생활이 많이 단순해진 것도 알게 되었다. 요리나 음악 말고 할 이야기가 이렇게 없을 줄이야.
브랜드 없이 살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처럼 최소한의 브랜드와 함께 스스로가 이끌어가는 삶,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 다른 사람 시선보다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을 살아야지.
#작심삼십일_취향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