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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Jun 04. 2019

여름의 문턱에서 다섯

스웨덴에서 보내는 두 번째, 아니 세 번째 여름

1. 여름이 오고 있다. 스웨덴에서 보내는 두 번째, 아니 세 번째 여름. 스톡홀름은 여전히 한가롭고, 나는 여러 가지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푸는 버릇과도 멀어지려고 애를 쓰고 있다. 이번 여름도 무진장 더울 것 같다.


2. 이직을 결심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일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그러려니 하고 있다. 어디를 가면 좋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해외면 좋겠지만, 한국이어도 큰 상관은 없다. 지금보다는 집중하고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싶을 뿐이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일단 포트폴리오부터 만들면서 생각해볼까.  


3. 타지에서 살다 보면 안부를 전하는 게 조심스럽다. 자주 통화하는 것도 아닌데 혹시나 계속 걱정할까 봐 좋은 소식이 아니면 말을 아끼게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겠지. 눈치껏 말하고, 눈치껏 알아듣는 수밖에 없다. 


4. 지하철 역에서 길 잃은 중국인을 만났다. 그는 와이파이조차 안 되는 아이패드에 저장된 지도로 가려는 곳을 열심히 찾아댔지만, 영 시원치 않았는지, 역에서 유일한 동양인인 나에게 도움을 구했다. 그 처지가 왠지 스톡홀름에 처음 온 나 같아 보여서, 잠깐 퉁명스럽게 대하다가, 이내 정성껏 도와주었다. 그는 스톡홀름 지하철역 투어를 하고 있었는데, 발음하기도 어려운 역이 많아서 헤매는 모양이었다. 나는 노선도가 있는 곳으로 그를 데려가서 하나씩 설명해주었고, 혹여 그가 막차를 놓칠까 봐 막차 시간을 알아봐 주었다. 대화가 끝나갈 즈음 열차가 도착했다. 


5. 집 근처에 근사한 산책로가 있었다. 20분이면 그 많은 초록과 파랑에 휩쓸릴 수 있다니. 이 집에서 지낸 지 1년 만에 큰 발견.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숲 속에서 헤매다 저녁때쯤 집에 돌아왔다. 이번 여름은 멀리 갈 필요 없이 여기서 종종 보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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