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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Nov 06. 2019

미래를 비꽈보고 오늘을 돌아보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네스터 페스타나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이너 초청 강연 후기

What is Speculative Design?


세상에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량을 집중하는 디자인도 있지만 미래에 기술 변화로 어떤 문제가 일어날지 가정하고, 오늘을 사는 디자이너에게 경각심을 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디자인도 있다. 바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Speculative Design)이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은 기술이 앞으로의 정치, 사회,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해보고, 디자인 방법론, 프로토타이핑으로 추상적인 미래를 구체화하고, 효과적인 시나리오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업이다. <블랙 미러> 같은 TV 시리즈, <블레이드 러너> 혹은 <공각기동대> 같은 영화도 어느 정도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과 비슷한 지점이 있다. 블랙 미러의 제작자 찰리 브루커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만약 기술이 마약이라면? 실제 마약처럼 느껴진다면? 그렇다면 정확히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 즐거움과 불편함 사이 어딘가, <블랙 미러>는 그곳에 존재한다.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는 시청자를 참여시키는 방식으로 혼란에 빠뜨린다


공상 과학 소설 혹은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맞는 말이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역시 기술 발전으로 미래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력을 발휘해서 그려내고, 흥미로운 스토리로 전달한다. 다만, 그로 인한 사회와 인간의 변화와 발생 가능한 문제를 구체화하여 조명하고 보여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의 창시자라고 불리는 두 명의 디자이너 앤소니 던(Anthony Dunne), 그리고 피오나 라비(Fiona Raby)는 그들의 책 <Speculative Everything>에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의 목표를 이렇게 설명한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은 악하다고 불리는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대안적인 존재 방식에 대한 토론과 토론의 장을 만들며, 사람들의 상상력이 자유롭게 흐르도록 격려하고 장려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Data Economy


나는 스웨덴에서 같이 일하던 회사 동료 트루비(Trieuvy Luu)의 개인 작업을 통해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 아래 영상은 그 친구가 대학원 시절 만든 <Data Economy>라는 제목의 단편 영화로 디자인 소설(Design fiction) 기법으로 데이터가 돈이 되는 사회에서 개인의 소비욕이 데이터 수집과 어떻게 충돌하고, 나아가 어떤 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는지를 다룬다.


데이터 경제의 미래는 과연 밝기만 할까?


보자마자 너무 현실적이고, 흥미로운 동시에 불편했다. 그리고 나와 다른 사람들의 데이터 소비 방식, 테크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 방식을 돌아보게 되었다. GDPR(EU 일반 데이터 보호 규칙)이 한참 문제로 떠오르던 시기라 이 주제로 동료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사내에서, 그리고 클라이언트와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소비하는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계기가 되었다.


작업 자체는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과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그 덕분에 우리는 사내에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을 주제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트루비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전략적 미래 예측 방법론 등으로 서로의 지식을 나누고, 미래를 고민하는 스페큘레이티브 퓨처스(Speculative Futures) 스톡홀름의 오거나이저로 활동하면서 밋업을 열기 시작했다.




Experiences for the extended user


한국에서도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다행히도 있었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박민경 디자이너님이 운영하는 아이 러브 아트홀에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관련 행사와 교육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얼마 전,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이너 네스터 페스타나(Nestor Pestana)의 초청 강연이 열렸고, 마침 시간이 맞아서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기분으로 참석했다.


네스터는 영국 왕립 예술 학교(Royal College of Art)의 디자인 인터랙션 석사를 졸업하고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세미나에서는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이 무엇인지 UX 디자인과 엮어서 쉽게 설명하고, 그가 진행한 작업 몇 가지를 보여주었다.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이 무엇인지는 위에서 이미 설명했으니, 그의 작업 몇 가지를 소개할까 한다.



Art, crime and algorithms


카시오에서 가죽, 천, 바느질 등의 질감까지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2.5D 프린터를 개발하고 있다. 기술은 너무 좋다. 그러나,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아무런 부작용도 없을까? 컬러 프린터의 등장은 위조지폐 문제로 이어졌고, 3D 프린터의 등장은 총을 인쇄해서 범죄에 사용하는 문제로 이어졌다. 2.5D 프린터는 범죄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을까? 본 프로젝트는 2.5D 프린터를 예술 작품 위조에 사용하는 미래를 그렸다.




Plumial Space


우리 몸에는 인간 세포 수의 10배에 해당하는 미생물이 살고 있다. 이런 미생물은 개인이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만약 기술이 발달해서 이러한 미생물 변화만으로도 개인을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본 프로젝트는 이런 가정에서 개인의 성격과 프라이버스 보호 유형에 따라 입을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다.


미생물 군집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시각화하여 이해를 도왔다
스스로를 더 넓게 퍼뜨리려는 유형을 위한 옷
개인을 타인처럼 속이고 싶은 유형을 위한 옷
스스로의 활동을 숨기고 싶은 유형을 위한 옷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이 무엇인지 소개하다 보니 주객전도 같은 글이 되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디자인할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볼 수 있어서 너무 좋은 시간이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행사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가야지. 여기에 아이 러브 아트홀에서 스페큘레이티브 디자인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언젠가 더 많은 사람이 관심 갖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Reference

Speculative design: 3 examples of design fiction

What is Speculative Design?

Can Speculative Design make UX better?

커버는 Mirabeau의 디자이너 Koen Huiskamp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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