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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Nov 16. 2019

이직의 다섯

일단 장롱면허 탈출부터 해야겠다

1. 이직에 성공했다. 현대자동차 인포테인먼트 UX 개발 팀이다. 5월부터 준비했으니, 거의 반년이 걸렸다. 준비하고, 지원하고, 면접 보는 동안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많이 배우고, 부족한 점을 깨닫고,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깨닫는 기회였다. 한 문장으로는 자기 자신을 잘 알고, 하고 싶은 일이 명쾌해야 본인과 맞는 회사에 지원하고, 면접 가서도 똑바로 말하고, 결과에 실망하지 않는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2. 지원자의 가능성만으로 기회를 주는 회사는 많지 않다. 규모가 작고, 한 명이 맡은 역할과 책임이 크면 클수록 더더욱 그렇다. 나는 다양한 경험과 지식에서 가능성과 잠재력은 보이지만, 당장의 활용 가능성은 떨어지는 지원자 쪽이었다. 그러다 어느 면접관님께서 아주 솔직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셨고, 거기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정의하는 기획력, 이를 빠르게 검증할 프로토타이핑 능력, 그리고 기획, 디자인, 개발을 가리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툴을 빠르게 습득하는 학습력이 강점이었고, 나를 좋게 본 회사와 사람들은 이런 점에 주목했다. 나는 늘 나 자신이 애매하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에서 보는 나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3. 페이스북에 이직 소식을 알렸다. 400명이 넘는 지인이 좋아요를 눌러주셨다. 너무나 감사했지만 한 편으로는 부끄럽고, 부담스러웠다. 그동안 이직 때문에 여기저기 도움을 구하고, 면접에서 있었던 기묘한 일들로 징징댄 탓이라고 생각했다. 더 열심히, 부지런히 살면서 새로운 걸 만들고, 경험을 꾸준히 기록해서 보답하는 수밖에 없다.


4. 출근 첫날, 현대자동차 클라이언트에게 중요한 자리에 양복 안 입고 왔다고 혼난 기억이 있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날 산 양복에 새로 산 닥터 마틴을 신고 갔다. 아침 일찍 양재 본사에서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삼성역 사무실에 도착했다. 파트장님이 기겁을 하시면서 다음날부터는 편하게 입고 오라고 말씀하셨다. 돌아보니 양복 입은 사람이 없다. 새 구두 때문에 애꿎은 발뒤꿈치만 고생했다.


5. 출근 1주일 차. 기아자동차 인턴과 이노션을 거치면서 내가 겪었던 현대자동차와 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사무실도 삼성역 근처에 있다 보니 다른 회사에 다니는 기분이 든다. 아직은 소프트웨어 설치하고, 분위기 파악하는 중이라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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