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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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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Jan 12. 2020

서른셋의 다섯

언제나처럼 욕심부리면서 살기. 그러면서 여유 잃지 않기.

1. 한 동안 쓰고 싶은 얘기가 없었다. 쓸 수 있는 얘기도 얼마 없었다. 생각이 넘쳐서 문장으로 쏟아지던 스톡홀름에서와는 달리 생각을 행동으로 쏟아내기 바빴다. 스웨덴에서 어렵게 찾은 여유를 잃었다. 괜히 초조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2. 몰아치는 일을 적당히 마무리하고 퇴근하는 길이면 발걸음도 숨 가쁘다. 한참 빠르게 걷다 보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닫는다. 그제야 숨 한 번 크게 쉬고, 발걸음 속도도 늦춰본다. 한 걸음을 두 걸음으로, 천천히 옮겨본다. 그러고 나면 주변부가 서서히 눈에 들아온다. 이제 좀 정신이 든다. 2020년은 또 어떻게 살아볼까. 


3. 올해도 언제나처럼 욕심을 부리면서 살아보려고 한다. 회사 일도, 친구도, 가족도, 취미도, 건강도, 사이드 프로젝트도 놓치고 싶지 않다. 키워드로는 인터랙션/UX 디자인, 모빌리티 지식, 프로토파이,  디자인 스펙트럼, 리액트, 크리에이티브 코딩, 워크숍, 책 쓰기, 여행 앱 MVP 개발 정도가 있다. 다만, 여유를 잃지 않도록, 일이 나를 잡아먹지 못하도록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으면서 살아보려고 한다. 늘 정신 차리고 하루하루 의미 없이 흘러가게 두지 말아야지.


4. 오늘로 출근 두 달 차. 모든 회사가 그렇지만,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다. 대단한 걸 바라지는 않았지만, 만족스러운 점도 있고, 실망스러운 점도 있다. 일하면서 하루하루 오고 가는 생각들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그래도 세 번째 회사라서 그런지,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와서 그런지,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는 게 좋아서 그런지 아직까지는 괜찮다. 


5. 지금 회사에 와서 내일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일과 수많은 이해관계자와 이력이 얽힌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얼마나 다른 지도 알게 되었다. 전자에서는 작은 그림이어서 혹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다고 해서 그냥 넘길만한 문제도 후자에서는 어떻게든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그 과정은 당연히 복잡하고 구구절절하다. 이슈가 곳곳에서 분수처럼 쏟아지는데, 막을 수 있는 건 두 손밖에 없다. 새삼 회사 선배들이 존경스럽다. 양산 정말 빡세다.


보고 있는데 눅눅하니 여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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