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섯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재 Jun 09. 2021

면수습의 다섯

스타트업의 오르내림을 즐기는 자가 되기 위해서

1. 이직 후 3개월이 흘렀다. 벌써! 네 번의 스프린트가 지나갔고, 일적으로, 감정적으로 부침을 겪었다. 짧은 기간 빠르게 적응하며 꽤나 성장했지만, 몸과 마음의 밸런스가 무너질 위기도 여러 번 있었다. 디자인을 잘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지구력도 필요하다는 걸 깨닫고, 어떻게 일해야 꾸준히 잘할 수 있는지 생각했다.


회사의 속도와 방식에 맞추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결국 나에게 편하고,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야 내가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의 잘해야 한다는 강박은 조금 내려놓았다. 내가 무너지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대신 이 과정을 즐기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보기로 했다.



2. 플렉스는 근태 관리, 전자 계약, 급여 정산 등 기업의 인사 관리를 한 곳에서 제공하는 HR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B2B SaaS 스타트업이다. 나는 여기서 Payroll(급여 정산, 이하 페이롤) 프로덕트를 디자인하고 있다. 페이롤은 도메인 지식이 좀 있어야 디자인이든 뭐든 가능한데, 급여를 받아만 봤지, 어떻게 주는지는 생각조차 안 해봤던 터라 3개월이 지난 지금도 적응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그래도 다행히 지금은 급여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정산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큰 그림, 그리고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정도는 알고 있다. 앞으로는 노무와 세무의 관점에서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회사마다 다른 다양한 정산 방식을 포용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텐데... 아직 갈 길이 멀다.



3.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나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3개월 동안 스스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었다. 특히, 나의 즐거움은 무엇보다도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서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 큰 축복이다.


힘든 날도 있고, 어렵고, 막막한 날도 있겠지만, 이런 팀과 함께라면 어떻게든 될 거라는 믿음이 있다 보니 걱정은 없다. 같이 잘하다 보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페이롤 스쿼드, 디자인 챕터 여러분,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4. 스타트업은 어쨌든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생존에 여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결과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고통 속에 배움이 있고, 성장이 있다고들 하지만, 즐거움 속에도 있다. 과정이 즐거우면, 결과가 안 좋아도 다시 도전할 힘이 생긴다. 결과에 대한 압박과 책임감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이 오르내림을 즐길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달릴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있다.


얼마  수영을 다시 시작했다.  동안 멀리했던 사이드 프로젝트도 조금씩 해보고 있다. 쉬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회사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해소하고, 회사 일로 복잡한 머리를 환기시키고, 새로운 영감을 받을  있다는 점에서 이런 외부 활동들이 쉬는 것보다   에너지를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본업과 시너지도 나는  같고. 오히려 좋아(?)



5. 지난 금요일, 따릉이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오랜만에 일도 조금 빨리 끝나기도 했고, 날씨도 선선했고, 내일부터는 본격 여름 날씨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무리해보기로 했다. 중간에 동작역 근처에서 숨이 조금 차올라서 10분 정도 쉰 것을 빼면 강남역에서 여의도까지 한 시간 남짓 걸렸다. 해 질 녘의 한강을 배경 삼아 달리다 보니 그다지 심심하진 않았다.


회사는 다음 주도, 다음 달, 그다음 달도 이번 주처럼 바쁠 모양이다. 더 바쁠 수도 있고. 그 안에서 지치지 않고 꾸준히 달리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보람으로 삼아야 할지, 일과 삶의 외줄 타기는 어떻게 즐겨야 할지, 나의 즐거움과 원동력은 무엇인지 찾는 것은 나의 몫으로 남겨둔다.


스타트업 3개월 다녀보니 뭐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다. 이렇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 플렉스 써주세요. 잘해드립니다.
++ 프로덕트 디자이너, 프로덕트 엔지니어, 브랜드 마케터 채용 중! 같이 일해요.

날씨 좋은 날은 무조건 따릉이 타고 퇴근해야지


매거진의 이전글 혼세마왕의 다섯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