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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Apr 11. 2018

퍼블리와 일하면서 (다시) 깨달은 좋은 문장의 다섯

벽돌만 던진다고 집이 지어지는 건 아니다

1. 욕심을 버리자. 붙잡고 있는다고 뭐가 되는 게 아니다. 쓰고 싶은 말이 어찌나 많은지. 정리가 안돼서 한 시간 동안 한 문장 쓸까 말까 한 날들이 이어졌다. 마감은 다가오는데, 진척은 보이지 않았다. 시작은 잘해도 늘 마무리가 부족했던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타협점은 의외로 다른 곳에 있었다.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가. 이게 분명해지고 나니, 이 모든 게 욕심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장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2. 문장을 시작하기 전, 생각의 집부터 짓자. TBWA 주니어보드 시절 박웅현 CD님의 강의에서 들은 말이다. 당시 카피라이터 지망생이던 형(지금은 어느새 실장님)이 질문을 던졌는데, CD님은 정리가 안된 질문이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인지, 벽돌을 던지지 말고, 생각의 집을 지어서 말하라고 하셨다. 나도 당시에는 말부터 던지고 보는 사람이었던 터라, 저 말을 늘 머리 속에 새기고 있었다. 문장이야 그 순간에 뱉는 것은 아니기에 순발력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벽돌만 던진다고 집이 지어지지 않는 건 마찬가지다.


3. 마인드 맵을 그리자. 머리에서 꺼내고 나면 길이 보인다. 작년 여름, 김하나 선생님의 카피라이팅 수업을 들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는 늘 흥미진진하고, 짜임새가 있었으며,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했다. 선생님은 마인드 맵이 그 비결이라 하셨다. 당시에는 반신반의했으나, 이번에 글 쓰면서 빈말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머리 속에 있는 것들을 일단 꺼내서 펼쳐놓고, 하나하나 엮다 보면 단어가 문장이 되고, 문단이 되고, 그럴싸한 글이 된다.


4. 잘난 척은 잠시 접어두고 쉽게 간결하게 쓰자. 어려우면 각주라도 달자. 리포트를 쓰면서 이번 프로젝트 PM 우창 님께 일반 독자가 이해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피드백을 종종 받았다. 처음에는 아니 설마 이걸 모를까 싶다가도, 하긴 그래서 글 쓰는 게 어렵다는 생각을 하며 문장을 고쳐 썼다. 어렵고 길게 쓰는 건 쉽고, 쉽고 짧게 쓰는 건 어렵다. 마무리는 신영복 선생님의 옥중 서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한 구절.


오늘은 시간이 없어서 편지가 길어졌습니다

5. 좋은 문장을 위해 잊지 말자. "적의를 보이는 것들." 문장에서 '적', '의', '것', '들'을 빼면 문장이 매끄러워진다는 말이다. 내 문장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읽기 전후로 나눌 수 있다. 이전에는 생각나는 대로 마구잡이로 썼다. 그 흔한 퇴고조차 한 적이 없다. 그러나 과연 그 문장이 읽기 수월했을까? 그 덜거덕거리는 문장으로 적은 수많은 리포트와 답안을 읽으셨을 교수님과 조교분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


스톡홀름에 찾아온 봄을 누리러 가자


+ 초고는 끝났고, 한참 편집 중이다. 정신 놓고 쓴 문장이 하나 둘 튀어나오고 있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지만, 같이 작업하는 퍼블리 분들 덕분에 안심이 된다. 예약은 4월 26일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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