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섯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재 May 18. 2018

두 번째 런던에서 찾은
조금은 소소한 다섯

때로는 '무엇'보다 '언제'가 더 중요한 법이다

The Monocle Cafe

18 Chiltern St, Marylebone, London W1U 7QA


아침 일찍 찾아간 모노클 카페. 생각보다 아담했다. 조금 두리번거리다가 플랫 화이트 한 잔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곳곳에 모노클 잡지와 굿즈가 비치되어 있고, 모노클 24 라디오가 배경음으로 흐른다. 카페 안에는 햇살이 작은 창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작은 방이 있다. 포근해 보이는 패브릭 의자에 앉아 뭐가 있나 살펴보았다. 모노클 최신호, 과월호가 책장에 꽂혀있고, 벽면에는 깔끔한 액자 안에 모던한 그림이 걸려있다. 꽤나 즐거운 적막이다. 




잡지 하나 꺼내 들고 읽다 보니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이른 토요일 아침이라 그런지 한참 동안 혼자 방 안에서 모노클을 읽었다. 언젠가 생각했던, 그럴싸한 아침이었다. 점심이 가까워오자, 슬슬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 정도면 꽤나 선방이다. 에코백이나 잡지라도 하나 사볼까 했는데, 괜한 곳에 돈 쓰지 말자는 생각에 빈 손으로 나왔다. 관광객으로 북적거릴 법한데, 동네 카페 같은 느낌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Daunt Books

84 Marylebone High St, Marylebone, London W1U 4QW


우연히 찾은 서점. 큰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 밖은 비가 오려고 하는지 회색 빛으로 우중충한데 안에는 전혀 다른 빛으로 손님을 맞는다. 서가에는 여행 책으로 가득하다. 서가에 서서 뭐가 있는지 살펴본다. 관광 책자는 물론 그 나라 문화에 관한 책이 한 데 뒤섞여 있다.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것도 여행이지만, 그 나라 문화를 살펴보는 것도 여행이다. 한 칸 옆으로 옮겨 다음 서가에는 뭐가 있는지 살펴본다. 그렇게 서가 몇 개를 옮겨 다니고 나니 1시간이 금방이다. 




다음은 어디에 가볼까. 일단 아이슬란드에 가자. 가서 오로라부터 보고 오자. 그다음은 오슬로. 근처라고 생각하다 보니 자꾸 미루게 된다. 더 늦기 전에, 더 어두워지기 전에, 더 추워지기 전에, 더 흐려지기 전에, 더 비싸지기 전에 가야지. 마지막은 빈. 아는 사람 있을 때 가야지 싶다. 여행 와서 여행 생각이라니, 바보 같아 보이면서도 또 이만큼 즐거운 일이 있나 싶다.




GOODHOOD

151 Curtain Rd, London EC2A 3QE


영국 사는 스웨덴 친구 막시밀리안과 피카 하다가 알게 된 곳. 라이프스타일 샵은 오는 이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해야 한다. 북유럽,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모인 세련되면서 자연스럽고 지속 가능한 생활을 가능케 만드는 굿 후드의 컬렉션은 하나의 잘 짜여진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았다.



1층에는 세라믹 소재의 귀여운 인테리어 소품으로 인기 있는 덴마크의 Studio Arhoj 제품으로 가득하다. 마음 같아서는 하나 사서 들고 가고 싶은데, 세라믹 제품을 캐리어에 들고 갈 정도의 위인은 아니었다. 지하에는 덴마크의 HAY, 가죽 다이어리로 잘 알려진 일본의 Traveler's Company, 일본의 주방용품 브랜드 Kinto, 이탈리아의 Pijama가 만든 맥북 케이스가 특히 내 눈길을 끌었다. 





Koya Soho

50 Frith St, Soho, London W1D 4SQ


막시밀리안이 추천한 우동집.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에는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이면 아쉬울 게 없지. 생각해보니 런던 와서 다른 건 안 먹고 일식만 주구장창 먹었다. 스톡홀름에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집이 없어서 더 아쉬웠나 보다. 들어가서 자리에 앉으니 직원들이 소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른 직원이 사케랑 비슷하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딱 자른다. 아, 한국 사람이구나 싶었다. 소주라...




간장에 조린 두부 위에 채 썬 파가 올라간 우동을 시켰다. 따뜻한 국물과 단단하고 부드러운 우동, 달면서도 적당히 간이 배어있는 두부, 입 안을 개운하게 씻어주는 파까지.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우동이었지만, 나에게는 꽤나 특별했다. 하긴, 때로는 '무엇'보다 '언제'가 더 중요한 법이다. 아, 여기 계산이요.




The Design Museum

224-238 Kensington High St, Kensington, London W8 6AG


인터랙션 18 컨퍼런스에 다녀온 이후 생긴 질문으로 끙끙대던 나에게 그나마 답을 찾게 도와준 곳. 좋은 디자인이 무엇인지, 디자이너와 메이커와 사용자와의 관계는 무엇인지, 디자인의 역사는 어떻게 되는지, 나는 어떤 디자인을 좋아하는지, 또 어떤 디자이너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조금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말로 하기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퍼블리와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