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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Jul 13. 2018

스마트폰에서 글을 읽는다는 것

퍼블리 서비스 사용성 개선을 위한 UX 디자인 원칙

퍼블리에서 <인터랙션 18, 디자인으로 연결하다> 리포트를 발행한지도 두 달이 지났다. 몇 명이나 읽었을까? 문득 궁금해져서 조회수를 살펴보러 갔더니 안 보인다. 로그아웃을 하고 다시 살펴봤다. 첫 번째 글은 272명, 두 번째 글은 230명, 세 번째 글은 146명으로 줄더니 마지막 글을 읽은 사람은 84명밖에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가능성은 두 가지. 먼저 콘텐츠 문제. 독자가 생소하거나 어렵게 느껴서 중간에 포기했다는 말이다.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퍼블리는 경제, 경영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보니 이 글에 관심을 보일 독자층 자체가 적고, 한국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은 제한적인 의미로 사용되어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리포트를 쓰는 내내 걱정이 많았다.


그다음은 사용성 문제. 나는 그동안 다양한 퍼블리 콘텐츠를 구매했고, 보통 출퇴근길에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읽었다. 퍼블리는 별도의 앱 없이 웹과 모바일 웹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유사한 앱에 비해 기능도 적고 사용자 인터랙션이 제한적이다. 읽으면서 답답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뭐가 맞을까. 나만의 답을 찾기 위해 작은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기로 했다.



1. 사용자 인터뷰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직접 물어보았다. 먼저 스타트업 콘텐츠 마케터, 스타트업 UX 디자이너, 디지털 광고대행사 AE로 일하면서 평소 글을 즐겨 읽지만 퍼블리 사용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 한 달 평균 2개 이상의 콘텐츠를 읽고 있는 사람, 모바일로 글을 읽는 사람과 전혀 읽지 않는 사용자 3명을 모집했다. 사용자 인터뷰는 한 시간 동안 전화로 간단한 프로젝트 브리핑, 아이스 브레이킹, 본격적인 질문 순서로 진행했다.


시간 제약이 있기 때문에 질문 범위는 모바일에서 글을 읽는 경험으로 좁혔다. 모바일에서 글 읽는 방법, 주로 사용하는 앱, 서비스, 기능, 기록하는 방식을 물어봤다. 사용자가 퍼블리뿐 아니라 모바일에서 글을 읽으면서 겪는 실질적인 어려움을 찾는 게 목표였던 만큼 인터뷰이가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열린 질문으로 구성했으며, 퍼블리 사용 경험 유무 및 모바일 콘텐츠 소비 성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물어봤다. 질문은 아래와 같았다.


평소 스마트폰으로 장문의 글을 읽으시나요?

읽는다면 주로 어느 플랫폼에서 읽나요?

주로 어떤 글 혹은 책을 읽으시나요?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단락이 있으면 어떻게 적어두시나요?

신문이나 책과 비교해서 전반적으로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브런치/미디엄/리디북스 같은 앱을 사용해본 적 있으신가요?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능은 뭔가요?

글이나 책을 읽은 후 소감은 어떻게 남기시나요?

글을 쓰지 않는다면 따로 공유하는 방법이 있나요?

글이나 책을 읽은 후 소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시나요?

온라인으로 공유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공유하시나요?

직접 공유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하시나요?



2. 어피니티 다이어그램


인터뷰가 끝난 후 결과를 한 구절씩 옮겨적고, 비슷한 카테고리로 묶어 제목을 달아주는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사용해서 정리했다. 제목은 전체 맥락을 담기 위해 요약하지 않고 문장으로 적었다. 50여 개 구절로 정리한 인터뷰를 다시 묶어 8개 카테고리로 나누었고,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모바일에서 읽는 글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 않고,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다.

목적 없이 읽다 보니 큰 기대 없이 읽는다.

내 거로 만들기 위해 읽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기보다는 정보를 얻는다는 느낌이다.

내용만 좋으면 불편을 감수하고 읽는다.


모바일에서는 주로 문학보다는 가벼운 비문학 위주로 읽는다.

정치, 광고, 브랜딩, UX 관련 글을 읽는다. 에세이는 안 읽는다.

나에게 책은 문학이다. 그래서 문학은 책을 사서 읽는다.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파악하기 위해 읽는다.


아카이빙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나름의 방법으로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길게 눌러서 하이라이트 하는 작업이 귀찮아서 그냥 캡처해서 저장한다.

마음에 드는 문장은 캡처해두는데, 따로 옮겨 적지는 않는다.


앱이나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리디북스 앱에서 하이라이트 기능만 사용한다.

브런치 앱에서 구독 기능만 사용한다.


모바일로 글 읽기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기기가 작고, 글씨가 작고, 화면이 작아서 글이 한 번에 안 들어오고 불편하다.

광고, 영상 링크 등 아무런 방해 요소 없이 집중해서 읽고 싶다.

모바일로 읽으면 전체 분량에 대한 감이 안 잡혀서 읽기 어렵다.


사용자 모두 읽은 내용을 기록하고 있지만, 모두가 타인과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감상은 개인적으로 써서 구글 드라이브에 저장한다.

감상은 주로 노트에 파편적으로 기록한다.

원래도 많이 읽었지만, 기록하지 않으니까 사라지는 게 싫어서 SNS에 감상을 남기고 있다.


퍼블리 콘텐츠에 대한 의견

종이로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다.

아직 책으로 나오지 않은 1년 미만 콘텐츠만 읽는다.

굳이 책을 사지 않아도 사회, 경제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글이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있어서 좋다.


퍼블리 사용성에 대한 의견

이미지, 영상, 외부 링크 등 읽기를 방해하는 요소가 많다.

책갈피 기능이 없어서 불편하다.

앱이 있었으면 좋겠다.



3.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으로 정리해보니 내 생각과 다른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생각을 조금 더 넓혀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사용자 인터뷰에서 찾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용자 시나리오를 정리해서 사용자 Pain Point를 찾아보면 더 좋았겠지만, 내가 퍼블리 소속 UX 디자이너도 아니고, 정식 프로젝트도 아니었기 때문에 바로 How Might We(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이하 HMW) 질문을 만들어보았다.


사실 위에서 찾은 사용자 문제는 대부분 모바일 기기라는 제약에서 오기 때문에 퍼블리 뿐 아니라 모바일에서 글이라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 모두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숙제다. 퍼블리는 콘텐츠 측면에서는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로 글을 안 읽는 사용자도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만들거나 모바일이라는 제약을 강점으로 만드는 기능을 추가해서 사용성 측면에서도 개선한다면 꽤나 혁신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무튼, HMW 질문은 아래와 같다.


어떻게 하면 모바일에서 읽는 글도 기대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모바일로 글을 안 읽는 사용자도 편하게 읽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좋은 문구를 하이라이트보다 편하게 저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캡처보다 아카이빙하기 쉽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방해 요소 없이 글에 집중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모바일 기기의 제약을 강점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이 감상을 공유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퍼블리 콘텐츠가 보다 자연스럽게 사용자 삶에 녹아들 수 있을까?



4. 사용자 인사이트


이제 넓힌 내용들을 서서히 좁혀나갈 차례.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에서 찾은 내용을 바탕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기로 했다. 어피니티 다이어그램을 통해 도출한 제목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의미가 더 분명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깔끔한 문장으로 다듬어서 4가지 사용자 인사이트로 정리했다.


사용자가 모바일로 읽는 글은 책과 그 성격이 다르고, 기대하는 바도 다르다.

사용자는 모바일로 글을 읽을 때 최소한의 기능만을 사용한다.

퍼블리 콘텐츠는 모바일에 최적화되어 있지만, 사용성은 그렇지 못하다.

다양한 기능은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5. 케이스 스터디


사용자 인터뷰와 여기서 도출한 인사이트에 따르면 콘텐츠는 지금처럼 만들어도 큰 문제는 없다. 다만 사용성은 고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어떻게 해야 사용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다른 서비스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있을까? Medium, 리디북스, Blinkist를 가볍게 살펴보자.


Medium


미디엄이 괜히 성장한 게 아니다. 사용자 니즈가 무엇인지 정확히 찾아내고, 그에 맞게 사용성을 발전시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하이라이트 기능과 가장 인상적이었다. 드래그할 필요도 없이 터치 한 번이면 끝난다. 말 그대로 쉽고 편하다. 박수 버튼도 독자가 그냥 좋은 게 아니라, 얼마나 좋은지를 표현할 수 있는 입체적인 인터랙션이라 좋았다.



오른쪽 하단에 박수 버튼이 있다. 좋아요 버튼과 달리 원하는 만큼 누를 수 있다.

화면 하단에 항상 공유와 저장 버튼이 나와 있다.

문장을 탭 하면 선택한 문장을 하이라이트, 반응, 공유, 복사할 수 있는 세부 메뉴가 나온다.

아래로 스크롤하면 상단 탭에 제목과 리더 설정 버튼을 볼 있다. 제목을 누르면 글 처음으로 돌아간다.

왼쪽 상단에 A 버튼을 누르면 글자 크기 및 밝기 조절, 나이트 모드를 활성화할 수 있다.


리디북스


리디북스로 읽는 책에만 감동할 게 아니다. 리디북스 앱의 세세한 사용자 인터랙션도 감동적이다.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고민이 담겨있고, 내가 필요한 모든 걸 할 수 있다. 물론, 너무 친절하지 않나 싶은 느낌도 없지 않아 있다. 다만 제공하는 콘텐츠 특성상 사용자 층이 조금 더 넓고, 그에 기대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더 다양한 사용자 니즈를 커버해야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문장을 드래그하면 문장이 하이라이트가 된다. 독서 노트에서 모아볼 수 있다.

하단 탭에 듣기 버튼을 누르면 글을 읽어준다. 목소리,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상단 탭에 책갈피 버튼을 누르면 저장이 되고, 독서 노트에서 모아볼 수 있다.

화면 아무 곳이나 탭 하면 상단과 하단 탭이 나오고, 위아래로 스크롤하면 화면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문장을 짧게 누르면 형광펜 기능이 활성화되고, 길게 누르면 형광펜, 메모, 듣기 등이 있는 탭이 나온다.

보기 설정을 누르면 글꼴, 글자 크기, 문단 너비, 줄 간격, 문단 정렬, 배경 색, 밝기를 조절할 수 있다.

캡처할 경우 경고 문구가 나온다.


Blinkist


Blinkist는 책을 요약해주는 서비스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가 앱에 머무르면서 콘텐츠에 집중해야 하는 시간이 훨씬 적고, 덕분에 다른 서비스보다 훨씬 간결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콘텐츠 특성에 따라 사용자 경험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상단 탭에는 뷰어 설정, 목차 보기, 공유하기, 듣기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뷰어 설정에 들어가면 글자 크기와 나이트 모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좌우로 스와이프 하면 목차가 넘어가고, 상하로 스크롤하면서 내용을 읽을 수 있다.

어디까지 읽었는지는 하단 진행률 표시 바에서 확인할 수 있다.



6. UX 디자인 원칙


마지막으로 퍼블리 사용성 개선에 필요한 UX 디자인 원칙을 몇 개 정해봤다. 먼저 "Support User". 사용자가 콘텐츠를 읽는 목적을 달성하도록 돕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콘텐츠를 보고 들어오는 사용자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도록 읽는 경험이 이를 뒷받침해주어야 한다.


두 번째, "Less Distraction". 사용자가 콘텐츠를 읽는데 집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노티피케이션이 범람하고, 버튼 한 번으로 전혀 다른 콘텐츠로 이동할 수 있는 스마트폰에서 글에 집중하고 읽을 수 있는 환경과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


세 번째, "Keep it Simple". 사용자가 콘텐츠를 쉽고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모든 기능은 사용자 편의와 목적 달성을 위해 제공된다. 사용자의 읽는 경험을 돕는 기능을 제외하고는 과감히 제거하거나 다른 쪽으로 빼야 한다.


일반적이고 기본적인 원칙의 나열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퍼블리가 현재 제공하는 사용자 경험이 이 기본적인 원칙을 달성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이 원칙에 따라 사용자 경험을 개선한다면 더 많은 사용자가 퍼블리에 유입될 것이라 확신한다.



에필로그


원래 계획은 여기서 더 나아가서 간단한 와이어프레임과 프로토타입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나 책갈피 기능도 없고, 모바일 앱도 아직 없는 상황에서 과연 프로토타입까지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고, 퍼블리가 사용성에 대해 어디까지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칫 잘못하면 불필요한 훈수가 될 것 같아 이 정도에서 정리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인터랙션 18, 디자인으로 연결하다>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우창 님께 전달드리면서 마무리지었다.


짧은 프로젝트였지만, 꽤 많은 걸 배웠다. 특히, 같은 문제도 회사마다 접근하는 방식과 해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고, 인터랙션 디자이너로서 성장하기 위해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쉽게도 문제에 답은 찾지 못했다. 다만, 글이 발행된 5월보다 6월에 글을 읽은 사람이 더 많았고, 여기저기에서 지속적으로 좋은 피드백이 돌아오는 걸 봤을 때 콘텐츠 문제는 아니지 않았을까? 오랜만에 퍼블리 리포트 홍보로 마무리해본다. 많이 읽어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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