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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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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Aug 10. 2018

하이퍼 아일랜드
졸업식의 다섯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이다

1. 하이퍼 아일랜드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도 여느 날처럼 체크인으로 시작했다. 오늘따라 친구들 소감이 남다르다. 나는 멋있게 말할지, 유쾌하게 말할지 고민하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닌 소감을 내뱉었다. 뒤늦게 후회가 밀려왔지만, 어쩔 수 없다. 끝인데 끝이 아닌 것 같은, 이도 저도 아닌 기분이었던걸. 


2. 사실 이렇게 금방 끝날 줄 몰랐다. 생각해본 적도 없다. 스톡홀름에 있는 동안은 먼 미래도, 과거도, 내일도 아닌 오늘을 살았다. 눈 앞에 당장 다가오는 문제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졸업이 어떤 그림일지 상상할 틈이 없었다. 모두 동그랗게 모여 섰다. 프로그램 매니저는 우리에게 어떤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물었다. 지난 10개월을 돌아봤다. 평소에는 그렇게 기억이 선명하더니, 오늘은 특별히 떠오르는 게 없다. 나는 예전에 했던 이야기로 적당히 둘러대고는,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코스가 끝난 거지, 우리 여정이 끝난 건 아니라고. 앞으로도 잘 해보자고. '이 멤버, 리멤버'처럼 진부하기 짝이 없었지만, 딱히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3. 즐거움, 아쉬움, 슬픔, 기대 등으로 넘실거리는 학교를 뒤로 하고, 졸업 파티가 열리는 장소로 향했다. 우리는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아쉬움이 잔뜩 묻어나는 파티를 즐겼다. 생각보다 얌전한 밤이었다.


4. 졸업 파티가 끝나고 다른 파티에 갈지, 해돋이를 보러 갈지 고민하다가 무작정 공원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스웨덴의 여름은 백야라서 밤이 짧다. 공원에 도착하니 해가 슬슬 떠오르고 있다. 몇몇은 수영을 하겠다고 물에 뛰어들었다. 나는 남은 친구들과 바위에 앉아서 해돋이를 바라봤다.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이다. 


5. 공항에 오기 전, 마지막으로 비요마, 슬비와 점심을 먹었다. 프로젝트 준비로 바쁘던 어느 겨울날, 더는 일 못하겠다며 다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작정 찾아간 바로 그 스시집이었다. 비요마와 슬비는 수요일에 뭄바이로 돌아간다고 했고, 이게 스톡홀름에서 먹는 마지막 스시라고 이야기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돌아올 스톡홀름은 눈부신 여름에 떠난 스톡홀름과 다를 것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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