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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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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재 Nov 13. 2018

다섯 매거진의 다섯

다섯은 머릿속에 떠다니는 잡생각 모음집이다

1. 영화 <하이 피델리티>의 주인공 롭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음악을 어쩌지 못하고 동네 구석에서 지독한 음악 덕후들과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는 찌질한 루저다. 영화는 롭이 여자 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고, 전 여자 친구들에게 본인이 왜 차였는지 물어보러 다니는 이야기로, 롭은 영화 내내 가장 좋아하는 영화 Top 5부터 장례식에 틀고 싶은 음악 Top 5, 전 여자 친구가 좋아한 아티스트 Top 5, 가장 기억에 남는 이별 Top 5 등 Top 5를 입에 달고 산다. 


2. 나는 그가 머릿속에 살아온 순간의 기억, 생각, 감정, 음악 등을 그의 가게에서 레코드 판처럼 차곡차곡 정리해놓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는 사람으로 보였다. 다섯 매거진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다섯은 머릿속에 떠다니는 잡생각 모음집이다. 형식은 딱히 없다. 단, 언젠가 꺼내 읽었을 때 그때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 순간의 감정과 생각을 오롯이 담으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다섯은 때로는 듣고 있는 음악이 되기도 하고, 읽고 있는 책의 한 구절이 되기도 하며, 사진이나 장소가 되기도 한다. 


3. 나의 배부른 투정 같은 글이 이렇게나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을 줄 몰랐다. 올라가는 조회수를 보면서 기분이 좋다가도 나의 속내가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환상 속에 살고 있지만 외국이라고 대단히 다르지 않고, 또 다른 관점이 있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못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따뜻한 응원 감사합니다. 괴로움 안고 잘 지내보겠습니다. 


4. 원하는 걸 이루면 행복할까. 그다음에는 뭐가 있을까. 내 인생의 보람은 어디에 있을까. 요즘은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5. 안정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바라지도 않습니다. 불안정이 좋습니다. 일본어에 '樂'라는 단어가 있는데, 음독으로 하면 '라쿠'가 되고 훈독으로는 '타노시이'라고 읽습니다. 전자의 경우 '편안함, 쉬움'이라는 의미이고, 후자는 '즐거움'을 의미해요. 그런데 저는 편안함과 즐거움이란 정반대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편안할 때 즐겁지 않고 즐거울 때 편안하지 않고요. 매거진 B 발뮤다,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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