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진재 Dec 25. 2018

올 한 해 제대로 돌아보고
차분히 내년 준비하기

혼자서 혹은 다 같이 Year-end Workshop 해보기

스톡홀름에서 서울로 잠시 돌아와 보내는 연말.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워크숍을 열어보기로 했다. 어떤 워크숍이 좋을까. 연말이라서 디자인이나 일처럼 무거운 내용보다는 가볍고 개인적인 소재를 다루고 싶었다. 마침 누군가 올린 2018년을 회고하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하이퍼 아일랜드에서 배운 방법론으로 다 같이 모여서 각자의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하는 워크숍을 진행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말을 담담하게 마무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워크숍 제목은 간결하게 <Year-end Workshop>으로 정했다. 소셜 미디어에 워크숍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고, 많은 분이 관심을 보여주셨다. 워크숍 준비를 마무리하고, 공간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워크숍 희망 일자가 일요일이라 대관에 어려움을 겪던 찰나, 쿠팡에서 일하시는 디자이너 분께서 연락을 주셨고, 50명 정도 수용 가능한 강의실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쿠팡! 다만,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을 모실 수 없었던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고, <Year-end Workshop>을 소개하는 글로 아쉬움을 달래 보려고 한다. 



Year-end Workshop


<Year-end Workshop>은 개개인의 한 해를 제대로 돌아보고, 내년을 차분히 준비하기 위해 설계된 워크숍이다. 퍼실리테이터는 따로 필요 없고, 설명에 따라서 순서대로 시간에 맞춰서 진행하면 된다. 각 세션마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 사람마다 걸리는 시간이 달라서 꼭 그 시간 안에 완성할 필요는 없지만, 시간 압박이 있으면 조금 더 빨리 할 수 있으므로 시간을 재면서 하는 걸 추천한다.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2명 이상 모여서 하는 걸 추천하지만, 혼자서 해도 상관없다. 


워크숍은 먼저 서로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체크인으로 시작해서 개개인의 2018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히스토리 맵, 자기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갖고, 2018년에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해보는 리플렉션, 2019년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올해의 테마 정하기, 그 테마를 구체화하기 위한 자기 계발 서클, 무엇을 배웠는지 정리하는 체크 아웃 순서로 구성되어 있다. 


0:00 - Check-in (10분)

0:10 - _____ of the year (15분)

0:25 - History Map (15분)

0:40 - Reflection (15분) 

0:55 - Break (20분) 

1:05 - Theme of the year (5분)

1:10 - Self Development Circle (20분)

1:30 - Check-out (5분)



Hyper Island Way


워크숍을 설명하기에 앞서 워크숍에 참여하는 마음가짐부터 짚고 넘어가 볼까 한다. 하이퍼 아일랜드의 교육 철학은 실제로 해보면서 배우는 경험 학습(Learning by doing)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실수하거나 실패해도 괜찮은 환경을 조성하고, 이 과정에서 겪는 좌절을 성장의 증거로 보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개인의 여정 전체를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발산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싱킹,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무엇을 배웠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는 자기반성 사고(Reflection)를 권장한다.


개인은 이렇게 부딪히면서 배우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기존 사고방식에 도전을 받다 보니 편안함을 느끼는 컴포트 존 밖에 놓이게 된다. 이 불편함은 좌절감, 불쾌함, 어려움, 두려움 등의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현상 유지 편향에 따라 이 불편한 상태에서 벗어나 원래 상태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품게 한다. 그러나 성장은 꽤 정직해서, 이 고난을 넘었을 때야 비로소 찾아온다. 그리고 하이퍼 아일랜드는 각 개인에게 새로운 프로세스를 믿고(Trust the Process), 여기에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고, 이런 변화를 주도(Lead the Change)하도록 독려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혼자보다 같이 일하는 걸 선호한다. 먼저 팀으로 일하는 과정에서 같이 일하는 팀원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으며, 피드백을 받는 과정에서 나의 새로운 면과 부족한 면을 발견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었고, 만들 수 없었던 무언가를 할 수 있고, 만들 수 있다. 하이퍼 아일랜드 역시 팀의 중요성(Team is everything)을 그 무엇보다 강조한다. 모든 프로젝트는 팀으로 진행되고, 같이 일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워크숍 순서도 알아봤고, 워크숍에 참여하는 마음가짐도 알아봤다. 지금부터는 워크숍에서 진행되는 활동들을 하나씩 세세하게 살펴보자. 



올해의 _____ (15분)


올해의 _____는 본격적인 회고에 앞서서 올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볍게 돌아보기 위해 진행하는 활동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첫 번째, 각자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포스트잇에 하나씩 적는다. 빈칸에 들어갈 단어의 예시로는 음악, 영화, 드라마, 순간, 사건, 사람, 사랑 등이 있을 수 있다. 두 번째, 모두 적었으면, 각자 포스트잇을 들고, 올해의 "_____"에 자기가 적은 단어를 집어넣고, 서로 올해의 _____이 무엇이었는지 묻는다. 포스트잇에 음악을 적었다고 치면, 상대에게 "당신의 올해의 음악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 식이다. 질문을 주고받은 뒤 서로 포스트잇을 바꿔 갖고, 다른 상대에게 위의 과정을 반복한다. 


본 활동은 물론 회고의 목적도 있지만, 머리를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서 워크숍 참여도를 높이고, 잘 모르는 상대와 가벼운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기 위한 목적도 있다. 따라서 길게 진행할 필요는 없고, 규모에 따라 10~15분 정도 진행하면 충분하다. 



History Map (15분)


이제 히스토리 맵으로 2018년에 있었던 주요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보자. 글 아래에 첨부한 양식을 이용해도 좋고, 빈 종이에 해도 상관없다. 주요 사건은 스스로에게 영향을 준 사건이라면 회사 일이나 개인적인 일 둘 다 상관없다. 타임라인은 디테일하면 디테일할수록 좋기 때문에 기억이 잘 안 날 경우 사진이나 소셜 미디어를 살펴보면서 그때를 회상해보면서 그리면 좋다.



타임라인을 완성한 후에는 그 위에 내가 그 시기에 어떤 감정 상태였는지 그래프로 그려본다. 긍정적인 경우 +가 표시되어 있는 부분에, 부정적인 경우 -가 표시되어 있는 부분으로 그리면 된다. 아래는 내가 그린 예시 그래프로 설명을 조금 해보자면, 1월에는 한국에서 휴가를 보낸 뒤여서 기분이 아주 좋다가, 2월에 학교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기분이 나락으로 떨어졌었다. 그러다가 3월부터 일을 시작하면서 기분이 조금 나아졌고, 5월을 기점으로 일들이 하나씩 잘 풀리기 시작해서 가장 즐거운 여름을 보낼 수 있었다. 8월, 부푼 마음으로 스웨덴에 돌아왔으나, 팀이 없어지고,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으면서 감정적으로 힘든 가을과 보냈다. 



히스토리 맵은 15분 안에 끝날 수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 더 오래 걸릴 수도 있다. 그런 경우 부담 갖지 말고, 집이나 카페에서 천천히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차분하게 그리면 된다. 본 워크숍의 목적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데 있지 워크숍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 



Reflection (15분)


위에서 완성한 히스토리 맵에서 올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 혹은 순간 세 가지를 고르고 아래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보자. 각 사건 혹은 순간은 개인에게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에 달려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사건이 될 수도 있다. 


그 사건/순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무엇을 느끼셨나요?

이 사건들에서 나 자신과 내 행동, 혹은 타인과 타인의 행동에 대해 무엇을 배우셨나요?

어떻게 해야 내년에는 긍정적인 기분을 극대화하고, 부정적인 기분을 최소화할 수 있을까요?


답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으면, 그중 한 사건 혹은 순간을 골라 상대방과 이야기해보자. Reflection이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오그라드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 하이퍼 아일랜드에 다닐 때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 중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일들에서 무엇이 잘 되고, 잘못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자기반성을 하고, 다시 그 내용을 상대와 공유하는 과정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성장과 발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조금 견디고 시도해보는 것을 권장한다. 



Theme of the year (5분)


올 해는 충분히 돌아본 것 같다. 이제 내년 계획을 세워보자. 그런데 막상 내년 계획이라고 하니 괜히 건설적이고, 거창하고, 진지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데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년을 조금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을 하나 해볼까 한다. Theme of the year는 위에서 생각하고 느낀 점을 토대로 내년의 방향이 되어 내 옆에서 나를 북돋아주고, 한 해를 이끌어줄 수 있는 테마를 정해 보는 활동이다. 


테마라고 하니까 괜히 또 어려워 보이는 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 평소 좋아하던 음악, 영화, 드라마, 혹은 브랜드 슬로건 중에 내 마음에 와 닿고, 내가 믿고 있는 하나를 고르면 된다. 공모전으로 밤을 새우던 대학생 시절 나의 테마는 빈지노의 "Always Awake", 유학을 준비하던 2016년 나의 테마는 Jukebox the ghost의 "The great unknown", 하이퍼 아일랜드에서 헤매던 2017년의 테마는 페이스북의 "Done is better than perfect"였다. 



Self Development Circle (20분)


<Year-end Workshop>의 피날레, 자기 계발 서클을 그릴 차례다. 앞서 정한 테마가 방향이었다면, 자기 계발 서클은 그 방향으로 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다. 쉽고 간단하면서도 강력하기 때문에 위에 활동은 안 하더라도, 이 활동만큼은 꼭 해보길 추천한다. 


먼저 큰 원을 그리고, 8조각으로 나눈다. 그리고 각 칸에 본인이 키우고 싶은 스킬을 적는다. 스킬은 포토샵, 스케치, 프레이머, 자바스크립트 프런트엔드 개발, 구글 애널리틱스, 중국어 등의 하드 스킬, 커뮤니케이션, 팀워크, 프레젠테이션, 매니지먼트, 지식 등의 소프트 스킬 그 무엇도 상관없다. 이미 잘하고 있는데 더 잘하고 싶은 스킬을 적어도 좋고, 한 번도 안 해봤지만, 내년에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스킬을 적어도 좋다. 단, 내년에 갑자기 하고 싶은 새로운 일이 생길 수도 있으므로, 한 칸 혹은 두 칸을 비워둔다. 



그다음으로 원의 각 칸을 채운 스킬이 현재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에 맞게 색을 칠한다. 그리고 내년에 어느 정도 수준으로 만들고 싶은지를 점선으로 표시한다. 예를 들어 나는 인터랙션 디자인을 적었는데, 현재 60% 정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반 정도를 색칠했다. 그리고 내년에는 이 스킬을 75% 정도로 끌어올리고 싶어서, 그 지점을 점선으로 표시했다. 이어서 각 칸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간단한 실행 계획까지 적으면 자기 계발 서클도 끝이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자기 계발 서클을 들고 상대와 이야기를 나눠보자. 사람마다 정말 다른 서클을 그렸을 것이다. 내가 처음으로 그린 자기 계발 서클에는 하드 스킬만 가득했다. 디자인이고, 개발이고 다 잘하고 싶었다. 그리고 옆에 앉은 스웨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친구 서클은 커뮤니케이션, 자기반성 사고 등 소프트 스킬로 가득했다. 이렇게 다를 수도 있다니, 충격이었다. 우리는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피드백을 주고받았고, 우리의 비현실적인 서클은 조금이나마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으로 바뀌었다. 



Things to do


워크숍은 이것으로 끝이다. 하지만 2018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2019년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가서 오늘 그린 히스토리 맵과 자기 계발 서클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가족, 친구, 애인과 나누고, 피드백을 요청해보자. 그리고 회사에 돌아가 팀원들과 함께 본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함께 올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해보자. 계획은 수정하면서 구체화되고, 실행했을 때 의미가 생긴다. 특히 자기 계발 서클은 3개월, 6개월 주기로 어디까지 왔는지 확인하고, 현실적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업데이트하면서 사용하면 더 유용하다. 그럼 오늘 글은 여기까지.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워크숍에 사용한 슬라이드는 여기, 히스토리 맵과 자기 계발 서클 양식은 여기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3년차 광고쟁이가 스웨덴까지 날아간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