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을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그 많고 많았던 사건, 사고들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가 호주로 이민을 오던 해였던 2014년.
그 해에는 이민하기 정말 좋은 해였다. 이민법이 정말 좋았다. 영어 점수도 낮았고, 증명해야 하는 서류도 적었고, 돈도 적게 들었으며 시간도 짧게 걸렸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우매한 존재인지. 그 순간에 있을 때에는 전혀 인지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때 지금만큼의 노력을 했었더라면.'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드디어, 이제야! 우리 스스로 영주권 받을 준비가 된 게 맞다고 격려할 수 있는 만큼 나이가 들었고, 인생의 경험치도 제법 쌓인 이민 9년 차, 드디어 영주권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에게는 너무 쉬운 일이 우리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 전제를 나에게 적용시키고 인지하기를 40여 년이 걸린 것이다. 가끔은 내가 이렇게 정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에 이민 도전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민이라는 게 원래 다른 사람은 쉽게 하고, 나는 잘 안 되는 것 같은 느낌이 항상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론은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가면 된다는 것이었다.
이민 9년 동안 많은 친구들을 만났고 헤어졌다. 이민을 함께 준비한 지인들 중 거의 대부분은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거나 혹은 다른 나라로 떠났다. 하지만 그 누가 그랬던가. 존버는 승리한다고. 그렇게 우리는 드디어 결승선에 다다랐다. 고통을 느낀 만큼 꽤나 값진 달콤함이다. 당분간은 이 달콤함을 오롯이 느끼며 그동안 이민으로 인해 늘 부족했던 가족 간의 정서적 여유를 즐겨보려고 한다.
고생했어 우리 가족. 제2의 인생도 우리답게 만들어가 보자.
가시밭 길이라도 꽃길처럼 그렇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