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제일
내가 일하고 있는 유치원에서 한 아이가 홍역에 걸렸다. 아이는 며칠간 고열이 있었는데 감기인 줄 알고 집에서 약으로 열을 내리고 있다가 밤늦게 갑자기 몸에 두드러기 반응이 올라오면서 주말 새벽녘에 응급실을 찾게 되었다고 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피검사를 진행하였고 몇 시간 만에 아이가 홍역에 걸렸다는 걸 알아냈다.
그 아이는 지난주 내내 유치원에 등원을 했었다. 그 반에 내가 일을 했고, 그 아이와 접촉한 선생님만 대략 6명 정도 되었다. (현재 내가 근무 중인 유치원은 조금 큰 규모라서 다를 반과의 접촉이 제법 차단되는 편이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는 아이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다가 현재 유치원에 다닌다는 것을 알고 우리 유치원으로 공문을 내렸다. 그 공문 내용인즉슨, 아이가 머물었던 반은 2주 폐쇄하고 교사들은 모두 홍역 예방접종 증명서를 가지고 와야 업무에 복귀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대학병원에서 어린이집 앞으로 팝업 진료소가 열렸다.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 중 홍역이 의심되거나 불안한 부모들을 위한 무료 진료소인 것이다. 유치원 아이들은 등원하면서 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호주는 특히 의료 시스템이 전산화가 잘 되어 있어서 자신의 예방접종 기록 또한 언제든지 집에서 바로 출력이 가능하다. 아이와 함께 있던 반 선생님들은 강제 병가로 2주를 쉬게 되었지만, 다른 반 선생님들 또한 예방접종 기록을 제출해야 했다. 나는 아이와 겹치긴 했지만 그 반 담당은 아니었기 때문에 예방접종기록을 가져오면 바로 일을 복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으로서 피검사를 받아야만 하는 현실. 다행히 유치원에서 피검사 비용을 지불해 주기로 했다. 나는 예상에도 없던 병가를 일주일 내고 피검사를 받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번 주 결과가 나오면 다음 주에는 다시 출근이 가능하다.
호주는 정말 안전 불감증이라는 게 없는 나라인 것 같다. 때 되면 애들 다 데리고 소방안전교육을 하고(진짜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예고 없이 유치원 관리자가 호루라기를 불면 놀던 거 다 두고, 화장실에서 볼 일 보던 애들까지 다 데리고 건물 밖으로 줄지어 나가야 한다.), 매년 교사들은 CPR(심폐소생술) 수업을 의무로 들어야 하며, 천식이나 알레르기에 관한 교육도 의무로 해야 한다. 또한 청소년 보호법 교육도 매년 받아야 하고 이런저런 안전교육을 받았다는 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유치원 교사로 채용이 불가능하다. 정말이지 어느 때는 이렇게까지 하나 싶은 정도로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래서 안심하고 아이를 맡기는 것 같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을 학대한다는 건 이곳에서 들어본 적도 없고, 내가 호주유치원에 일하면서 본 적도 없다.
어찌 됐든 난 갑작스러운 병가로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도 쓰고, 여유롭다. 좋다. 아가들아 건강하게 다음 주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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