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의미한다.
유아 교사 자격증을 따서 처음으로 일을 시작한 곳을 나는 어제 그만두었다. 사실 처음 들어갈 때부터 이렇게 오래 일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자격증이 생겼으니 이력서 한 번 써볼까 싶어 지원했던 곳이 덜컥 뽑힌 바람에 엉겁결에 일을 시작했었기 때문이다. 조건이고 뭐고 따져볼 생각을 못했었다.
일을 시작하고 보니 유치원이 너무 커서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다. 그게 사실이었다. 모든 교사들이 지쳐있었다. 그저 다행이었던 부분은 교사들 모두 다 엄마들이었던 유치원이었기 때문에 그 지친 스트레스를 아이들에게 전가시키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는 정말 다정했다. 하지만 우리는 늘 쉬는 시간 그리고 점심시간만 목 빠지게 기다렸다.
나는 하루하루 발전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하루하루 버티는 유아 교사의 삶이 되어 버린 게 너무 아쉬웠다.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고 여러 번 다른 유치원에 지원을 하여도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조건이나 환경이 좋은 곳은 굳이 외국인 선생님을 쓰지 않아도 호주 선생님들로 금방 채워져서 그랬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나는 우연히 예전에 실습했던 유치원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나는 몇 주 전 퇴사를 알렸고 오늘 나는 결국 퇴사를 하였다. 모든 물건도 제자리에 가져다 두었고 내 몸만 나오면 모든 게 깨끗하게 마무리될 것이라 생각하니 아침부터 기분이 상쾌했다. 그렇게 아침에 유치원에 도착해서 아이들과 평소와 같은 일상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생각만큼 개운한 감정이 들지 않았다. 이곳에서의 대부분의 날들이 힘들고 지쳤었는데 아이들 하나하나 볼 때마다 마음이 찡 하다고 해야 할까? 그런 느낌이었다. 마지막 날이라 그런가 보다 싶어 다시 평정심을 유지하고 아이들과 이런저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담임 선생님이 내 등등 톡톡 두드리시더니 꽃다발을 건네주셨다. 그동안 정말 고생했고 헤어짐이 너무 아쉽지만 미래를 응원한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눈물을 부여잡았다. 뭔가 오늘 하루가 감정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 여겨졌다.
쉬는 시간에 나는 교사 휴게실로 어제 준비했던 초콜릿과 편지를 가져다 놓았다. 선생님들과 마주칠 때마다 따뜻한 말 한마디씩 던져주시는 데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일상에만 지쳐있다 보니 아쉽게도 다른 선생님들의 다정한 마음을 많이 못 느끼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모든 교사들이 힘든 환경에서도 서로를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곳을 내가 왜인지 배신하고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근무를 마치고 교사 휴게실에 짐을 챙기러 갔더니 나와 친분이 있던 몇몇의 선생님들은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원장 선생님도 나에게 꽃다발을 건네주셨고 다른 모든 선생님들이 모두 포옹과 함께 따뜻한 격려의 말을 해주셨다. 눈물을 흘리시던 선생님도 계셨다. 이제 와서 너무 아쉬우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날은 정말 개운할 것이라 생각했다. 이런 슬픈 이별은 조금도 생각하지 하지 않았었다. 홀가분하게 이 유치원에서 나가게 되어 정말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나에게 있었던 것들은 그곳에 다 내려놓고, 두 손에 그리고 내 마음속에 꽃다발을 가득하게 들고 나오게 되었다.
나의 첫 직장이었던 곳, Dragonfly's Early Learning Centre, 이젠 안녕 그리고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