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볕이 좋으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서
따뜻한 햇살을 한 몸에 담는다
특히 이 새는
한 두 마리가 편안하게 쉬는 동안
다른 한 마리는 근처 나무에 앉아서 망을 봐주는 식으로
서로의 차례를 갖는 듯 보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망을 봐주는 녀석까지 뜨끈한 땅 위에 내려앉아서
날개를 쭉 펴기까지 하며
한 자리를 제대로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사실 이날은 참 날이 좋긴 했다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아까울 정도가 맞았다
이런 걸 기회라고 한다면 잡아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나름의 역할은 수행하고 있지 않는가
기특한 녀석
그러다 나는 불현듯 생각이 많아졌다
혹시 나야말로 그동안
의무와 책임이라는 것에 과하게 몰두하면서
그저 모든 일에 충실하기만 한 건 아니었나
기지를 발휘하는 것을 무모하거나 예의 없는 것으로
비약하며 살고 있진 않았나
생각만 복잡하게 하지 말고
햇볕으로 나가자
좀 더 센스 있게 세상에 맞서 보자
시끄러운 광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