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지 Nov 01. 2022

인생에 센스 한 스푼

이 새는 노이지 마이너(Noisy Miner)이다.

새들도 볕이 좋으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서

따뜻한 햇살을 한 몸에 담는다


특히 이 새는

한 두 마리가 편안하게 쉬는 동안

다른 한 마리는 근처 나무에 앉아서 망을 봐주는 식으로

서로의 차례를 갖는 듯 보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망을 봐주는 녀석까지 뜨끈한 땅 위에 내려앉아서

날개를 쭉 펴기까지 하며

한 자리를 제대로 차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사실 이날은 참 날이 좋긴 했다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조차도 아까울 정도가 맞았다

이런 걸 기회라고 한다면 잡아야 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나름의 역할은 수행하고 있지 않는가


기특한 녀석


그러다 나는 불현듯 생각이 많아졌다

혹시 나야말로 그동안

의무와 책임이라는 것에 과하게 몰두하면서

그저 모든 일에 충실하기만 한 건 아니었나

기지를 발휘하는 것을 무모하거나 예의 없는 것으로

비약하며 살고 있진 않았나


생각만 복잡하게 하지 말고

햇볕으로 나가자

좀 더 센스 있게 세상에 맞서 보자

시끄러운 광부처럼

이전 08화 이분법적인 사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