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무 늦은건 아닌지 계속 불안하고 망설여질때
너무 늦은 건 아닐까?
불안감의 원천은 이 한 문장에 있다. 앞으로 다른 친구들이 커리어를 쌓고, 돈을 벌고, 결혼을 할 시간동안 다시 공부와 탐구의 세계로 발을 내딛는 것이 이토록 불안하고 두려울줄은 몰랐다. 정말 내게 더 잘 맞는, 내가 좋아할만한 일이 이 세상에 있을까? 그런 일을 내가 과연 찾을 수 있을까? 그런 고민과 의구심이 끊임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 때부터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든 진로를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닥치는대로 찾아 읽어보기 시작했다. 테드 강의, 책, 팟캐스트,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찾아보며 내가 느끼는 이 불편함과 선택이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으려고 아등바등거렸다.
드라마 <This is Us> 에 내가 매우 좋아하는 Beth 라는 여성이 있다.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어릴 적부터 꿈이었던 발레리나를 포기하고 대학에 진학하기로 결정했고, 거기서부터 석사도 따고 탄탄한 직업도 가지며 '현실적인' 어른의 길을 밟아왔다. 하지만 불가피한 회사의 사정으로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하고, 다시 직업을 구하려 고군분투하던 와중 그녀는 어릴 적 자신이 어떤 일을 좋아했는지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작은 발레 스튜디오의 강사로서 다시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한다. 결혼한, 자녀가 둘 있는 가정의 여성으로서 말이다.
드라마 속 이야기지만, 실제로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찾아보니 정말 많았다. 회사에 있다보니 보이지 않았을 뿐. 잊고 있던 꿈, 추구하고 싶던 커리어, 더 늦기 전에 도전해보는 사람들. 최근에는 같은 대학을 나와 대기업을 다니다가 퇴사하고 홀랑 워킹홀리데이를 떠난 지인의 소식을 우연히 접하기도 했다. 내가 얼마나 회사 안의 삶에만 매몰되어 있었는지, 나와보니 더 여실히 느껴졌다.
남들이 말하는 '일은 그냥 일일 뿐이야, 죽은듯이 일하고 퇴근 후 회사 밖에서 재미있는 걸 찾으면 돼'를 믿었던 시간들이 있었다. 그래, 회사에서 내 자아실현을 하고 만족감을 찾으려는 노력은 허상일 뿐이라고, 하루의 50% 이상의 시간을 쓰는 회사에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회사에서 하는 일의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고. 빠르게 돈만 벌어서 집도 사고 결혼도 하고 투자로 돈을 굴리는 길을 선택하라고.
하지만 매일 매일이 곧 내 삶의 일부를 구성하는데, 그 매일 매일을 더 큰 미래를 위해 쥐어짜고 견디고 '버티는 것'이 어느 순간 모두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목표가 있었지만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고, 언제 이룰 수 있을지도 막막했다. 그 때부터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였는지, 어떤 환경에서 행복감을 느꼈는지, 평생 이루고 싶던 꿈이 뭐였는지에 대해 가만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지금 당장 시작하지 못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긍정적 허무주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결국 언젠간 죽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우리가 죽고나면 가까운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서서히 우리를 잊어갈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며 나와 내 인생을 위해 도전하고 용기내는 걸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지금 아니면 언제해?
지금 아니면 다시 용기를 내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고민과 자기분열과 괴리를 견뎌내야 할지, 내가 선택한대로 만들어가는 인생이 얼마나 가슴뛰는 일인지, 너무나 명확히 보이던 미래에서 다시 안개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이 기분이 얼마나 불안하면서도 짜릿하고 기대되는지, 겪어보기 전까지는 상상도 못했던 기분이다. 그러니까, 지금은 절대 늦은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