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떨쳐버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
객관적으로만 놓고 보면 우리 세대는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서 자라고 있다. 먹을 게 부족하다던지, 전쟁이나 질병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던지, 그런 생명에 위협이 되는 이벤트는 까마득하게 멀어진 지 오래다. 전 세계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인터넷과 영어를 무기로 장착했고, 세계 어디든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으며,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우리를 표현할 수도 있다. 원하면 어떤 식으로든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수만 가지인 세상이다. 배우고 싶은 건 클릭 하나로 방 안에서도 배울 수 있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스와이프 하나로 이루어진다. 우리가 얼마나 발전되고 좋아진 세상에 살고 있는지 늘어놓으면 끝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마음이 병들기도 쉬운 세상 속에서 살고 있다. 자신의 중심을 찾기가 어느 때보다도 어렵다. 마크 맨슨은 자신의 책 <희망 버리기 기술>에서 말한다.
이제 기술의 진보로 개선할 고통은 그리 많지 않지만, 희망의 부재와 목표의 상실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허우적거리고 있다.
미국 책인 만큼 저자는 미국의 사례들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미국 내에서 우울증과 불안 장애를 겪는 젊은이들이 크게 증가했고, 그 연령대는 점점 더 어려지고 있으며, 인구 전반에 고독감과 사회적 고립감이 팽배하다고. 비단 미국의 현상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렇게 유행했던 게 아닐까. 부유하고 안전한 곳에 살수록 자살을 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것이 바로 '진보의 역설'이라고 주장하는데, OECD 자살률 1위 국가인 한국에서는 이게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정신건강에 가장 해악을 미친 것은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경쟁과 비교가 너무나도 쉽게 이뤄지는 요즘이다. 친구들 만나면 꼭 한 번씩 나오는 말이 있다.
요즘 뭐 봐?
유투브에서 새로운 채널은 계속 생겨나고, 서로 즐겨보는 채널도 다르다 보니 공감대를 위해서는 서로 즐겨보는 채널 이름을 조사하는 게 필요하다. 여행, 먹방, 자기 계발, 연예인의 브이로그, 운동 코칭, 해외살이, 주식, 부동산, 코인 방송 등등 장르는 끝이 없다. 유튜브에서는 이상한 알고리즘을 타고 나의 피드에 들어온 온갖 자극적인 썸네일들이 불안지수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클릭을 유도한다. 보다 보면 지치면서도, 이렇게 쉽고 편하게 고퀄리티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계속 뭐라도 보고 있어야 뒤처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 요즘은 인스타 스토리로 근황을 공유하고 카톡보다 DM으로 간단한 대화를 열기가 훨씬 더 캐주얼하고 쉽다. 내가 해외여행 다니면서 인스타 하던 심리를 생각해 보면, 솔직히 예쁘지 않은 마음도 있었다. 지인들에게 내 근황을 알리고, 내 일상을 기록하려는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나 이렇게 좋은 곳 와서 이렇게 예쁜 사진 찍고 이렇게 행복한 시간 보내고 있다, 너네는 회사지 낄낄" 이런 마음도 분명 존재했다. 반대로 회사에서 친구들의 여행 다니는 피드를 보면 똑같이 부러워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른 친구들이 부모님한테 명품을 선물하거나 집을 샀다거나 하는 식의 소식들이 올라와도 그렇다. 그 이면의 스토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가까운 친구가 아닌 이상, 사진 몇 장으로 전해지는 소식들은 온통 행복과 무지개 빛깔 환상의 나라처럼 보인다. 결국에는 똑같은 불안과 비교의 늪에 빠진다. 정신건강에 하나 이로울 게 없다는 걸 인정하고 인스타그램을 끊었다.
인터넷만 들어가면 연예인뿐만 아니라 비슷한 또래의 일반인들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고, '이 나이면 이 정도 버는 게 정상인가요?' 하는 식의 질문들도 넘쳐난다. 사람들의 관심이 곧 돈이 되는 세상인지라 온갖 자극적인 콘텐츠가 넘쳐나고, 그건 우리의 가장 본질적이고도 강렬한 불안이라는 감정을 시도 때도 없이 건드린다. 불안은 참 사람들의 지갑을 열기 쉬운, 이용해 먹기 좋은 감정이다. 아이들 교육에서부터 커리어, 투자 등등 중요해 보이는 모든 사업들이 '뒤쳐지기 싫으면 돈을 내고 이걸 해라'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중심이 강하게 잡혀있지 않을 때 그런 자극들을 지속적으로 받다 보면 결국 신경쇠약에 걸리거나 이리저리 휘둘리게 된다.
정신 건강에 가장 안 좋은 것 중 하나가 바로 뉴스다. 뉴스는 오직 부정적이고 음울한 소식만을 전달하는데, 인간이 부정적인 소식을 더 잘 기억하고 더 끌린다는 심리를 이용한 대표적인 콘텐츠다. 뉴스를 보다 보면 세상은 곧 멸망할 것 같고, 인류애는 사라지며, 길거리는 범죄도시가 되어버린다. 온갖 안 좋은 일들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큰일 나는 거 아니야?'하고 걱정하다 보면 결국 진짜로 큰일이 나기도 다. 안 좋은 일이 생기기를 바라는 꼴이다.
남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건 당연하다. 자신의 사생활을 여과 없이 밝히는 사람들도 많고 그걸 보는 사람들도 많다. 사회적 관음증이 디폴트가 되었다. 그게 자신의 즐거움이나 유익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라면 좋겠지만, 그걸 보고 있는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보면서 괴로워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과 모니터 속 타자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박탈감과 부족함을 느끼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무의식적으로 계속 괴롭히고 있지는 않은지. 세상에 나와있다고 해서 그 모든 걸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나아가 만나는 사람들과 관련해서, 소셜 버블을 만드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는 인맥이 넓고, 아는 사람이 많을 때 사회적으로 더 성공할 수 있다고 배운다.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아는 사람이 많을수록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길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더군다나 사업하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인맥이 참 많은 도움이 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내 속을 톡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은 좀 작아도 괜찮다. 모진 말이나 공감능력 없는 사람들은 버블 밖으로 밀어내도 괜찮다. 내가 대화할 때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봐주고 이해해 주는 사람들만 버블 안에 포함시켜도 괜찮다. 시끄러운 외부의 소음 속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보금자리를 만드는 건 삶에서 꼭 필요한 하나의 방어구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