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둘은 좀 다르다. 아니, 많이 다르다. 몸집이 다르고 몸매가 특이하다. 타석에 들어서면 과장해서 말하면 이대호는 배만 보이고 김지찬은 방망이만 보인다, 둘은 크게 다르지만 그렇게 닮았다.ㅎ
이대호는 거대하다. 키 194cm에 몸무게 130kg이다. 김지찬은 왜소하다. 163cm 에 64kg이다.(같은 팀의 김성윤도 163cm이지만 몸무게가 더 나간다) 두 선수는 키는 30cm 이상, 몸무게는 2배나 차이가 난다. 그렇게 차이가 큰 선수들이 같이 경기를 한다.
야구는 신기하다.
축구 선수들은 좀 극단적으로 말하면 키 차이 밖에 없다. 몸매는 모두 로마 조각상 같다. 90분을 종횡무진 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농구선수나 배구선수도 비슷하다. 스피드를 생명으로 하는 구기종목에서 이대호 같은 몸매를 가진 선수는 아예 없다.
야구는 다르다.
다른 종목이라면 선수생활이 불가능했을 것 같았던 이대호는 ‘조선의 4번타자’라는 호칭을 얻을 정도로 빼어난 실력을 뽐낸다. 특히 2010년에는 대단했다. 자그만치 타율, 타점, 홈런, 출루율 등 공격부문 8개에서 1위를 차지했다. 헐~~
이대호는 몸은 컸지만 유연했다. 부드러움에서 양의지의 선배 같은 존재다. 둘 다 부자생존(야불야불3 참조)의 전형이다. 그가 단순히 힘만 센 덩치였다면 그렇게 빼어난 성적을 낼 수 없었을 것이다. 부드러움은 야구선수라면 꼭 생각해봐야할 테크닉이며 전략이다. 부디 힘 자랑 하지 마시길~~
반면 김지찬은 일반인과 비교해도 왜소하다. ‘어떻게 저런 몸으로 프로 선수를 할까’할 정도이다. 하지만 그는 청소년 대표(2019년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와 국가대표(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를 지냈다. 그는 작음 몸을 약점이 아닌 무기로 전환시키는 데 성공했다. 타격과 수비에서 더 기민하게 플레이함으로써 혹시 부족할 수도 있는 힘을 대체한다.
이대호 외에도 몸집이 큰 선수들로는 김민우 186/97(키/몸무게), 김현수 190/107, 최준석 187/130, 장성우187/100, 정우영 193/85, 안우진 191/90, 한유섬 190/95, 정철원 192/95 등 많으며 니퍼트 203/103 같은 외국인 선수들은 말할 것도 없다. 반면 몸집이 적은 선수로는 김지찬, 김성윤 외에도 김선빈, 문성주, 이유찬 등이 있는데 덩치가 큰 선수들에 비해 적은 편이지만 최근 들어와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이다.
특이한 몸매로 빠뜨리면 안 될 선수가 유희관이다. 배살은 편하게(?) 나오고 엉덩이는 펑퍼짐한데가 턱살까지 있어 도무지 프로선수라고는 믿기지 않는 몸매를 지녔다. 화면에 비친 그의 뒤태를 보면 ‘풋’하고 실소가 터진다. 그리고 왠지 마음이 편해진다. 그만이 줄 수 있는 거다. 하지만 그런 귀여운(?) 몸매로 101승을 거뒀다.
야구는 귀엽다.
몸매만 봐서는 그 선수가 어떤지 알기 어렵다. 외모야 어떻든 잘하면 대장이다. 비록 배가 나와 보여도 야구방망이가 너무 커 보여도 상관없다. 오히려 그런 귀여운 몸매나 모습은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야구라는 스포츠의 매력을 높여준다. 토핑이나 덤 같은 존재다.
야구장이라는 무대에서 선수들은 개성 넘치는 연기를 뽐낸다. 김강민의 껌, 박한이의 루틴, 이용규의 용규놀이, 정수빈의 몸땅연필, 김태균의 엉덩이, 박종운의 잠수함, 구자욱의 엉거주춤, 박동원의 헬멧스윙, 김선빈의 주저앉기, 서건창의 숨기기, 권희동의 태엽감기, 이지영의 정면서기, 김원중의 긴머리 등등.
김강민 선수는 오른쪽 턱으로 껌을 질겅질겅 씹는다. 오른쪽으로만 씹는데 동작이 대따 크다. (짐승’이라는 별명에 어울린다.) 정우영은 금 목걸이를 보란듯이 차고 투구를 한다. 불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크다. (멋진 몸에 굳이....)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루틴이 있는데 그 중 최고를 뽑으라면 당연 박한이 선수이다. 장갑 찍찍이를 뗐다 붙였다가 땅을 고른 뒤 두발을 모아 뛰고 헬멧을 다시 쓰고 왼쪽 허벅지를 오른 손으로 때리면서 홈 플레이트 앞에 선을 긋는다.(상대 팀 선수는 ‘뭐 저런 게 다 있어!’할 정도로 환장할 지경이다.). 이용규는.투수의 공을 칠 때 오른 다리를 들어 타이밈을 맞추는 레그 킥이 절묘한데 마치 취미처럼 상대 투수의 공을 계속 쳐낸다. 정수빈은 방망이를 짧게 잡는 때가 있는데 너무 짧게 잡아 마치 몽땅연필처럼 보인다.(그런데 그렇게 잡고 홈런을 치기도 한다.)
김태균은 타석에 들어서면 조금이라도 투구를 더 오래 보려고 자세를 뒤로 젖히는데 그러면서 엉덩이를 돌린다.(우스꽝스러운데 사실 좀 질펀하다) 잠수함 투수로 불리는 박종훈은 공을 릴리스할 때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낮은데 지면과의 차이가 불과 15cm 정도이다. 구자욱의 타격 자세는 엉거주춤이다. 힘을 빼기 위한 것처럼 보이는데 어색하고 좀 불안하다. 박동원의 스윙은 화끈하다. 너무 세게 휘두른 나머지 헬멧이 자주 벗겨진다. 김선빈은 타격 자세를 잔뜩 낮추고 왼팔을 내린다. 투수에게 ‘던질테면 던져봐’하는 것처럼 보인다.(투수는 어떻게 하라고ㅠ) 서건창은 방망이를 투수가 보면 안 될 물건처럼 뒷쪽으로 감추듯 한다. 그리고는 어디가 아픈 사람처럼 몸을 구긴다. 권회동은 몸이 마치 태엽인 것처럼 시계반대방향으로 틀고 타격을 한다.(아무리 봐도 괴상하다) 이지영은 투수가 보기에 거의 정면으로 선다.(대화 좀 하자는 것인가?) 김원중은 언제부터인가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는데 그 길이가 꽤나 길어져 투구를 할 때마다 자꾸 모자가 벗겨진다.(그래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야구는 재미있다.
그 외에도 같은 팀 소속인 최정과 김광현의 얼굴 표정은 대조적이다. 최정은 다소 시무룩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데 반해 김광현은 표정이 다채로운데 방긋방긋하다가 찡그리기도 한다. 문성주는 무심한 표정의 양의지와 뭔가 비슷하면서도 좀 더 고요한 느낌이 드는 표정을 한다. 마치 수도자의 그것 같다.
그런데 이런 몸매와 자세와 동작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온 것이거나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렇다고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은 상황이 달라지거나 여건이 바뀌면 거기에 맞춰 새로운 걸 들고 나온다.(2023 시즌 하반기 들어 정수빈은 방망이를 길게 잡는다) 나 변신했어!하면서 말이다.그래! 변신은 무죄다!
어떤 스포츠 종목에서 이토록 신기하고 귀엽고 다채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단언하건대 없다. 야구장마다 외야 펜스의 길이와 높이가 다르다. 다른 종목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처럼 야구는 경기 중에도 여유가 있고 룰에서도 자유가 있다.
살기에 지쳐 재미를 탐하고 자유를 갈구하는 자, 그대에게 조심스럽지만 야구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