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을 들고 하늘을 걷는다
햇살이 어느새
가랑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고
눈동자를 파고드는 고통에
나는 비명을 삼킨 채
흙 속에 머리 파묻고
나무가 되었다
내가 세상을 든 날부터
베갯잇 적시던 눈물이 거꾸로 흐르던 날부터
뿌리를 적시고
잎을 피우고
창가의 햇살이 슬픔을 말리고
그러면, 그렇게 하면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땅을 들고 하늘 위에 선다
나이테가 늘고
거꾸로 서는 법을 잊는다
바람에 흔들릴 것이나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보지 않을 것이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꽃을 피워 눈을 맞추고
향기로 입 맞춘다
하고 싶은 말 열매에 담아
네게 건네려 한다
늘 따뜻했던 햇살이 내린다
나의 가지에 구름이 머물다
바람처럼 지나고
나는 그대로 남아 머문다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