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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걷다

여행

by 이윤인경

달리는 기차 밖으로 보이는 억새밭이 우아하다. 오늘 여행은 마치 가을처럼 눈부시다. 눈부시도록 따사로운 햇살에 잠자리 날개처럼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아, 계절이 나를 위해 꽃길을 만들어주었구나. 그 꽃길을 구름 위 걷는 듯 맨발로 걸으면, 바람은 파도처럼 발목을 휘감으며 낙엽조각 발가락 새를 간지럽히겠지. 간지러움에 웃음 참지 못하겠지.
가을은 이만치 왔는데 내일을 생각하는 나를 실은 기차는 쉼이 없다. 다만 오늘 좌석 역방향의 행운이 풍경을 잠시나마 더 눈 속에 담을 수 있게 해 다행이다.
아, 가을바다에 발 담그고 싶다. 가을바다에 물들고 싶다. 맨발이라도 시리지 않을테니 되도록이면 깊숙하게 파고들고 싶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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