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부터 숨다

by 이윤인경

가쁘다 손 끝에 걸린 안타까운 온기만 식으면

떨어지는 잎은 숨을 쫓아가기 버거워

검은 강의 품에 안겼다


미련을 버렸다 했고

미련이 남았다 했다


바람이 없는데도 잎은 떨어져

멀어져 가는 강의 꽁무니를 따르고

끝에 다다라서야 뒷걸음질 치니

숨이 가쁠 수 밖에


평안을 약속하던 속삭이던 말은

향기처럼 스미고

남은 숨 모아 내뱉게 하더니

몸이 가벼워지니 그제서야 나를 안는

위선의 악취가 진동한다


뿌리쳐야 한다

나무의 그림자 속에 내 그림자를 숨기고

너를 속여야 한다

점점 숨을 늘리는 나무는

시간의 이불 위로 몸을 뉘여 갈 것이고

부리나케 숨을 거둘 테니

악마도 홀릴만큼 아름다운 너의 목소리를

나는 외면해야 한다


신이 되라는 너의 제안은 못들은 걸로 하자

아직 네가 나를 찾지 못하고 있으니

그림자가 거두어 질 때까지만이라도

외면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