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천천히 뒤에서
마주 보지 않고 상대방의 시선의 끝을 따라
바람 소리 정도의 살랑임으로만
그렇게 걷는다면
나는 이 사랑을 영원히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뜨겁지 않으니 타오르지 않아
재가 될 일은 없을 것 같았고
어느 순간 주변을 돌아보니
내 곁을 지키는 건
내 발목에 묶여있는 그림자 뿐
사랑은 마음만으로 영원할 수 없고
상대방의 발목을 잡을 만한
일말의 관계가 필요한가
그것이 서로의 육체나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탐하고자 하는
원초적 욕망인 것
사랑이라면 꼭 필요한 것
그 사실을 간과했던 나는
여전히 혼자 걷고 있다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