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II

by 이윤인경

한 걸음 천천히 뒤에서

마주 보지 않고 상대방의 시선의 끝을 따라

바람 소리 정도의 살랑임으로만

그렇게 걷는다면

나는 이 사랑을 영원히 지킬 수 있을 것 같았다


뜨겁지 않으니 타오르지 않아

재가 될 일은 없을 것 같았고

어느 순간 주변을 돌아보니

내 곁을 지키는 건

내 발목에 묶여있는 그림자 뿐

사랑은 마음만으로 영원할 수 없고

상대방의 발목을 잡을 만한

일말의 관계가 필요한가


그것이 서로의 육체나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탐하고자 하는

원초적 욕망인 것


사랑이라면 꼭 필요한 것

그 사실을 간과했던 나는

여전히 혼자 걷고 있다


[사진출처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