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푸른 하얀 풍경

by 이윤인경

푸른 하늘을 그린다
푸른 산을 그린다
푸른 하늘이 울어 고인 슬픔을
푸른 산의 가슴을 헤집고 나오는 아픔으로 그린다
고통은 시리게도 푸르게 흘러
눈동자를 그렇게 물들이고
그 아래 떨어지는 푸른 눈물을 맞는
그 집의 지붕은 파랗다

파란 대문의 낯빛이 창백하고
그 안에서 문고리를 붙잡고 있는
여인의 손이 차다
살짝 벌어진 하얀 이 사이에서 나오는
입김에 질린 파란 입술을 그린다
그 입술을 탐하는 꽃잎이라도 붉어라
텅 빈 물감통 속을 허우적대는
젖은 머리카락은 기름내만 쩌들었을 뿐
바람에도 흩날리지 않아
털어내니 청금석 먼지가 세상을 뒤덮고
무게를 못이긴 하늘이 흐르다 바다에 잠긴다

푸름과 푸름
혀의 뿌리가 닿을 때만 허락된
푸른 바다의 붉은 순간이 푸른 하늘을
범하게 두는 꺼지지 않는 암전 대신
꺼진 담뱃재의 파리한 낯빛
푸른 덫칠, 모자란 물감
남은 하얀 거짓말 드문드문 그런 풍경



[작품출처 - 울트라-마린 1157 by 김춘추, 2001. 네이버캐스트 오늘의 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