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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ul 04. 2024

그리운 엄마

엄마와 함께 걸었던 계단길

4년전 엄마랑 내려 온 계단 길


울산에 집을 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먼저 보러 왔던 몇 군데 집 중 찜 해 놓은 집이 있기는 했다. 이 날은 엄마랑 맘에 들었던 집도 구경해 보고 더 나은 집이 있나 둘러볼 참이었다. 함께 양산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울산 시외버스터미널로 왔다. 버스를 한번 더 타고 이동했다. 터미널에서는 얼마나 걸리는지 버스 노선은 어떤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한번 보려고 시간이 걸렸지만 찬찬히 걸어 다녔다.


이때의 엄마는 몸을 회복하시고 겨우 걸어 다니시는 정도였다. 몸이 가벼워져서 걷기는 쉬워 보였기는 하나 (잘 걸으셨음) 지금 생각하면 조금만 에너지를 쏟아면 금방이라고 쓰러질 것 만 같은 그런 상태였다. 먼저 봤던 집을 찾아 가는데 헷갈려서 조금 헤매었다. 어렵사리 그 집을 찾아가는데 엄마랑 함께 나무로 된 계단길로 걸어 내려왔다. 엄마가 주변에 일하시는 분에게 여쭤보고 이 길을 찾으셨다. 아니면 더 헤매었겠지만.. 다행히 이 계단길로 내려와 집을 잘 찾아갈 수 있었다. 맘에 들은 집은 14층이었는데 앞 뒤 전망이 시원하게 뚫려 뷰 하나는 끝내주는 집이었다. 엄마랑 그 집 앞에 와서 혹시나 하고 초인종을 눌렀는데 역시나 사람이 없었다. 허탕을 치고 온 김에 주변 다른 집도 좀 알아볼까.. 하며 함께 세 집 정도를 더 구경 다녔다. 그때도 얼마나 적극적이셨던지... 그날 엄마랑 오랜만에 같이 버스도 타고 같이 걸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그 전년도(19년) 12월의 어느 날 엄마는 식음을 전폐하시고 결국에는 병원에 입원하셔서 죽을 고비를 넘기시고 병원생활 거의 한 달 반 만에 집으로 오실 수 있었다. 당장 엄마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내가 일을 그만두고(형제들 상의 끝에) 엄마를 돌 봐 드리기로 했다.


2월 중순쯤부터 엄마집에 매일 갔다. 잘 드셔야 하니까 최대한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차려 드리려고 무진 애를 썼다. 2월 18일인가부터 5월 중순 까지만 갔었다. 이사 준비를 하기 위해서. 6월 15일 드디어 이삿날이 되어 이사를 했다. 이사를 하고 난 다음날 엄마랑 통화를 했다. 이사 잘하고 여기 너무 좋다고 전망이 끝내준다고(그때 맘에 들었던 앞 뒤 전망이 뻥 뚫린 14층 그 집) 놀러 오시라고.. 엄마 왈 “...... 그래... 그동안 미안했다... ...“ 별 다른 말씀은 없으셨다.


그러고 난 2주 뒤 6월 28일 엄마는 세상을 떠나셨다.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엄마 혼자 잘하실 줄 알았는데.. 그것이 섣부른 판단이었나.. 이사를 핑계로 바쁘다는 이유로 엄마께 신경 써 드리지 못한 나의 잘못이 라고 먼저 생각이 되었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정작 잘해 드린다고 최선을 다했다고 할 만큼 했다고 생각되었지만 돌아가시고 나니깐 못 해 드린 일만 생각나고 더 잘해 드릴 걸.. 하는 후회만이 남더라.


온화하고 예쁜 엄마, 자상하고 우릴 위해 희생만 하시던 엄마.. 를 다신 볼 수 없어서 너무 슬펐다. 동네 슈퍼 입구에 단배추만 봐도 눈물이 났다. 엄마가 단배추 물김치를 맛있게 잘 담으셨는데.. 엄마 물김치 참 좋아하셨는데 하고.. 어딜 가도 엄마와 연관되고 무얼 해도 엄마 생각이 났다. 한 1 ~ 2년간은 계속 그랬다. 지금은 엄마가 좋아하실만한 음식을 만들면 늘 생각이 난다. 아.. 이거 엄마가 좋아하셨겠네.. 이거 엄마가 좋아하는 건데.. 하고.


한 번씩 지나게 되는 이 계단길을 걸으며 엄마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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