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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un 13. 2024

배에 자전거를 싣고 제주도로

'제주환상자전거길'이 ‘제주환장자전거길’이 된 사연


저녁 7시에 출발하는 배를 타기 위해 자전거 두대를 차에 바리바리 싣고 울산에서 부산항 여객터미널로 왔다. 조금 서둘러 왔는데도 아뿔싸! 배 타는 곳을 잘 못 찾아가 좀 헤매다가 어렵사리 배를 탈 수 있었다. 배를 타고 자전거를 싣고 가는 것이 둘 다 처음이라 절차대로 한다고 애를 좀 먹었더랬다.



여하튼간에 출발은 했다. 7시 출발에 다음날 새벽 6시 도착 예정이다. 점 점 멀어지는 부산 바다를 보며 설렘 반 두려움 반을 안고. 배 위에서 한참을 바다구경, 배구경, 사진도 찍고 하다 출출함을 느껴 간단히 저녁도 해결한다. 사발면, 여러 가지 간식거리 들로...


저녁이 지나 객실에 밤이 깊었는데도 쉬이 잠은 오질 않는다. 당연 그렇지 않겠는가.. 처음 배를 타고 부산에서 제주도를 가는데 그것도 자전거를 싣고..


객실 창에서 보이는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그렇게, 그렇게 가다가 잠은 거의 쪽잠 비슷하게 잤는데 그래도 피곤했는지 좀 자긴 했나 보다.



다음날 새벽 6시가 되니 어김없이 제주도에 도착해 있다. 서둘러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빠진 것 없는지 보고 챙긴 다음 자전거를 찾아 나올 수 있었다. ‘아 진짜, 설레네..‘



자전거를 타고 제주환상종주 시작 코스인 용두암에 도착했다. 진짜로 이제 시작이다!!! 아자자!!!



제주도는 딱 두 번째다. 그리고 자전거는 초보다. 그리고 제일 더운 8월이었다. 이런 해안길을 따라 계속 달리게 되니 정말 환상적이다. 자전거 초보가 이 멋진 풍경을 가는 길마다 만나게 되니 사진도 찍어야지 8코스쯤 되는 인증센터를 3일 동안 찍어야 되니 마음도 바쁘고 몸도 바쁘고 여하튼 그야말로 ‘환상자전거종주길’이 된 셈.



제주도 첫날 먹은 늦은 아침이 갈칫국. 처음 먹어보는데 맛있더라.



열심히 페달을 밟으며 가다가 이쁜 해변을 발견하고 뭔가에 홀린 듯 와서 둘 다 물속에 퐁당 빠졌던.. 비 현실적인 바다 풍경에 넋을 놓고 뜨거운 태양아래 자포자기한 듯 널브러져 있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해수욕을 잠시 즐기고 출출함을 느껴 오후 세시가 되어

먹었던 해물라면과 추억의 도시락. 그런데, 비주얼에 비해 맛은 없다. 이 맛이 실화?


용두암 - 다락쉼터 - 해거름마을공원 - 송악산 제주 환상 자전거길 1일 차 라이딩을 마쳤다. 송악산에서 1박. 꿀맛 같은 휴식과 함께 다음날 2일 차 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초보라 더운 여름날 낑낑거리며 겨우 겨우 도착한 2일 차 목적지에 다다르고 있다. 좀만 더 힘을 내자. 어스름이 짙어지고 있다고!!


드디어 표선 해수욕장 도착. 늦게 도착해 숙소를 잡고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어렵사리 찾은 밥집에서 너무 늦은 시간이라 거의 눈칫밥을 먹었더랬다.



여하튼 표선에서 1박을 맞게 되어 쉼의 시간을 가졌다.

제주환상길 라이딩 2일 차, 법환바당 - 쇠소깍 - 표선해수욕장



다음날 새벽이 밝아오고 우리는 마지막 목적지로 향했다. 이게 또 힘든 게(부담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부산으로 타고 가는 배 시간을 맞추어야 한다는. ‘제주환상자전거길’ 현실은 ‘제주환장자전거’가 되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다. 초보가 쌩초보를 이끌고 앞장서서 가는데 하루 코스 일정에 맞추어 도착해야 하니 힘든 티도 내지 못하고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 3일 차 마지막 코스 성산일출봉 - 김녕성세기해변 - 함덕서우봉해변 - 배 타는 곳


우찌우찌 3일 동안에 여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만 그 여정 안에 울고 웃고 환장하고, 미치도록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일일이 나열할 순 없지만 쌩초보가 초보를 못 따라가니 초보는 당연히 짜증이 날 테고 쌩초보는 따라가려니 죽을 판이고 그렇게 3일을 보냈으니 참말로 ‘제주환상자전거길’이‘제주환장자전거길’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라이딩 3일 동안 제일 많이 마셨던 게 이온음료. 얼음에 이온음료를 냅다 붓고 냅다 마신다. 얼음물, 콜라도얼마나 마셨던지..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갈 때쯤 참외밭을 만났다. 땀 식히라고 시원한 수박을 공짜로 내어 주셨던 이모님에 감동도 함께 먹으며.. 배 시간을 맞추어 서둘러 오다 보니 다행히도 넉넉하게 도착. 여유를 가지고 좀 쉬다가 부산 가는 배에 탑승할 수 있었다.


초보와 쌩초보의 제주환상자전거길 234km를 무사히 마친 것 자체만으로도 뿌듯하고 뭔가 해 내었다는 자신감으로 한 뼘 더 성숙된 나, 우리를 만날 수 있었던 귀하고도 값진 시간이 아니었을까...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떠나보고 싶은, 그래도 두 번째니까 환장 라이딩은 피하겠지 아마도. 좀 더 능숙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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