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분명 나아졌다

by 지니


앞전 글 <고등학교 3년 연극부를 추억하며> 글을 친구들에게 읽어보라고 카톡방에 올렸다. 연말이라 바빠서 대부분 열어보지 못했는데 한 친구가 읽어보고 라이킷을 남겨주었다. 글을 읽으니 그 시절 생각이 새록새록 난다고 했다.


연말인데 이렇게 그냥 보내기가 아쉬워 친구들을 카톡방으로 초대했다. 서울, 인천, 대전, 부산에 흩어져 살고 있어 <서울, 대전, 부산 찍고 아하>라고 채팅방 이름을 지었다. 한 명은 자녀 고등학교 졸업식이라 했고 한 명은 일하느라, 한 명은 연말모임이라, 한 명은 시부모님 모시고 식사하느라, 한 명은 아예 연락이 없... 다들 각자의 포지션에서 바쁜 한때를 보내고 있었다.


이야기를 이어가다 친구들에게 연말 선물로 책 한 권씩 선물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내 머리에 책 두 권이 딱하고 떠올랐다. <나는 행복을 촬영하는 방사선사입니다>와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 저자는 꿈에도 나올법한 두 분의 작가님 류귀복 작가님과 소위 작가님이시다. 친구들을 채팅방에 불러놓고 연말이라고 책을 선물로 준다? 예전 같으면 생각지도 못할 일이다. 내가 커피 쿠폰을 한 사람씩 다 돌렸다면 왠지 마음이 더 부담됐을 것 같은데 책 선물이라 하니 오히려 기분이 더 좋아지는 것이다.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에게 책 선물을 즐겨하게 되었다. 분명 브런치를 시작하고 나서부터인 것 같다.


브런치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사실 1년에 책 몇 권을 안 읽었다. 책은 한 두 권씩 사서 보긴 했지만 분명 책 읽는 스킬이라던지, 속도라던지 책 보는 양도 늘었다. 브런치를 하고나서부터 그래도 몇십 권의 책을 읽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한 마음이 든다.


친구들이 다들 흩어져 사니 1년에 한 번 보기가 힘든 실정이다. 시간 맞추기도 어렵고 멀리 사니. 연극부 이야기 글을 적으며 친구들이 새삼 생각났다. 친구들한테는 브런치 한다고 얘기를 안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브런치를 아는 친구들이 없었다. 나는 브런치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 주고 내 글도 읽어보라고 올려주었다. 그러면서 브런치 작가님이 생각났고 두 분의 작가님의 책이 생각났던 것이다. 친구들에게 브런치도 알리고 브런치 작가님도 알리고 추운 연말에 따뜻한 마음을 담아 선물도 하고 일석삼조가 되시겠다.


분명 나는 브런치 하길, 브런치 작가가 되길 잘한 것 같다. 느리지만, 더디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몇 십 권의 책을 읽어낸 것, 손에서 책이 늘 놓지 않게 했던 것, 한계에 부딪치긴 했지만 몇몇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낸 것, 부족하지만 진심을 담아 소통한 것. 그동안 브런치를 하며 눈에 띄게는 아니지만 그래도 한걸음 내딛을 수 있었던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


내가 특히나 좋아하는 두 분의 작가님의 책을 친구들에게 선물할 수 있음이 감사하고 뿌듯하다. 이 책을 읽고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한다면 책을 선물한 사람으로서 더 바랄 게 없으리라. 오늘 친구가 나보고 책하고는 별로 안 친했던 것 같은데 안 보는 사이에 마음의 양식을 많이 쌓았네 하며 자기도 20대 땐 언니들 영향으로 소설을 많이 봤다고 했다. 나도 금시초문이었다. 이 친구가 소설을..? 했다. 브런치를 통해 잊고 지냈던 책 이야기들을 할 수 있었고 선물을 하는 계기가 되어 참 기쁘다. 앞으로의 브런치 생활이 또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지만 지금껏 해 왔던 대로 즐기며 재미있게 해 나가야겠단 생각이 든다. 출간의 꿈을 가지고, 그냥 소통하는 즐거움으로, 글쓰기 연습으로 등등 각자만의 브런치를 하는 이유가 있을 테다. 그게 무엇이 되었든지 자기만의 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 보자.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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