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메다로 가 버린 내 커피

by 지니


등장인물: 지니 씨 (글쓴이), 복자 씨(시어머니), 후니씨(지니 씨의 짝지)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을 뿐이었다.



다소 늦은 아침을 맞았다. 시계를 보니 7시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주말이라 좀 더 늦게 시작해도 되었겠지만 밥을 하러 나왔다. 어제 자기 전 쌀을 불려놓고 잘걸 하는 후회가 스쳤다. 쌀이 불려지는 동안 커피 한잔을 타서 책상으로 가져가 앉는다. 그 순간 복자 씨가 생각났다. 복자 씨 필요한 부분, 도움을 주고 나온 지니 씨는 좀 전에 타 놓은 커피가 생각났다. 이런, 이번에도 식어버렸구나... 전자레인지로 회생시키고 한 모금 마시려니 너무 뜨겁다.




당직을 맞은 후니씨는 출근 준비를 하느라 바쁘다. 결국 지니 씨는 커피를 홀짝홀짝하면서 아침을 준비한다. 롯데햄 분홍 소세지를 굽기 위해 계란물을 만든다. 반 정도 남은 아이들을 다 잘라 프라이팬에다 하나 둘 얹어 굽기 시작한다. 전날 끓여 둔 닭국을 데우고 며칠 전 만들어 이제 막 맛이 든 배추 물기치도 담는다. 양념 깻잎도... 김은 필수. 이렇게 차려진 아침상이다.




닭국, 배추 물김치, 양념 깻잎, 밥 조금, 분홍 소세지로 차려진 복자 씨의 아침상. 복자 씨는 국물을 좋아해 물김치부터 들이킨다. 고기를 먹어야 힘이 난다는 지니 씨 말에 고기 국물과 고기까지 야무지게 먹는 복자 씨다. 짭짤한 게 입에 맞았는지 양념 깻잎도 맛나게 먹는다. 뉴스를 조금 보다 출근하는 후니씨, 문 바깥까지 배웅하고 돌아오는 지니 씨.




눈물겨운 커피 한잔 한 지니 씨는 드디어 아침을 먹는다. 어중간하게 남은 닭국을 다 먹어버리자는 생각에 작은 냄비에 식은 밥과 닭국을 넣어 닭국밥을 만든다. 찹쌀이 들어간 밥 덕분에 국물이 걸쭉해져 흡사 닭죽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닭국밥이다. 어쨌든 저쨌든 간에 뜨끈한 고기국밥 한 그릇에 얼었던 몸과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롯데햄 소세지도 맛나고 깻잎도 맛난다. 적당히 익은 배추 물김치도 맛나네...




거실 반은 정리해야 할 물건들로 가득하다. 분위기 전환으로 거실에 있던 책상을 방으로 넣고 방에 있던 건반을 거실로 가져왔다. 자리를 잡고 세팅하는 과정만 반나절이 걸렸다. 삼시 세끼를 해 먹으면서 해야 하니 안 그랬겠는가. 우선 자리를 잡아 뒀으니 천천히 하나씩 정리하자 마음먹어보는 지니 씨다. 조금 있으면 형님이 온다. 몇 가지 반찬이라도 해 두어야 한다.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자유시간을 위해 서둘러야 하는 이치에 안 맞는 경험도 한 번씩 하게 되는 지니 씨다.




밤 사이, 아침 사이 폭탄을 맞은 욕실과 침실을 정리하는 지니 씨. 특히나 변기가 심각하다. 한 번씩 락스를 써 줘야 하는 이유다. 좀 전까지 요동을 치던 장이 평안을 찾았다. 이제 남은 잔재들을 치우고 몇 가지 반찬을 만들고 자유를 향해 성큼 나아가보자. 오늘 내게 자유를 선사해 줄 장소는 어디가 될까... 무척 궁금해진다.



*어제 과자 한 개를 만났다. 고급지고 맛나다. 표면에 대파가 발라져 있는 게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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