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생일 축하

by 지니


지난주 설날 점심때 사촌 시 아주버님이랑 형님 내외가 집으로 오셨다. 점심을 안 드시고 오셨다길래 부랴부랴 황탯국을 끓이고 동그랑땡, 분홍 소시지, 김치, 나물 조금이랑 있는 반찬들로 차려냈다. 점심을 안 드시고 올 거라 생각을 못해서 정말 준비한 게 없었다. 김치 냉장고에 고기가 있었는데 왜 하필 구울 생각을 못했을까… 조카들이 그날 아침까지 있다가 갔는데 바로 또 손님을 맞으니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다 같이 점심을 먹었다. 먹고 나니 좀 쳐지는 것 같아 이클라이저 소파에 기대어 티브이를 보면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있다 보니 저녁 시간이 다가와 어머님 저녁을 차려 드리고 우리는 인근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빵과 함께 각자 주문한 음료를 먹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아주버님과 형님은 그야말로 존재 자체가 든든하다. 항상 도움을 주시려 하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신다. 블로그 글을 올려 공유를 하면 잘 읽어 주셨고 "아주버님도 블로그에 글 한번 써보세요" 했을 때 몇 개의 글을 적어 올리셨다. 물론 지금은 잘 쓰시지 않지만.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고 자연히 브런치를 알리게 되었다. 책도 예전보다 더 많이 접하게 되면서 브런치 작가님이 출간한 책을 선물로 드리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누구 생일이라고 하면 꼭 책 선물을 하게 되었다. 지난가을 아주버님 생일에도 책 선물(김재원 아나운서의 엄마의 얼굴)을 했고 형님 생일에도 책 선물(소위 작가님의 부사가 없는, 삶은 없다)을 했다.


카페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형님이 아주버님께 귓속말을 하셨다. 알고 보니 이번 일요일이 내 생일인데 대구 마라톤 대회 참석을 해야 해서 그때 생일 축하를 못해준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내가 먹고 싶은 걸로 해서 생일밥으로 미리 먹자고 하셨다. 딱히 생각나는 게 없어 서로 의논한 끝에 집에서 향어회랑 매운탕을 주문해서 다 같이 나누어 먹었다.


아주버님이 지금 읽고 있는 책(딸이 산 책)이 있는데 <2025 제16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이었다. 수상 받은 작가들의 글이 먼저 나오고 그 뒤에 해설이 함께 나오는 그런 내용인 듯했다. 아주버님이 그냥 읽을 땐 잘 모르겠던 내용도 해설을 통해 많은 도움이 되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젊은 작가들이라서 그런지 우리가 잘 생각지 못한 기발한 제목이 많더라는 것. 그렇게 1 단락이 끝나고 다음날 오후 집으로 책 한 권이 배달되어 왔다. 예전 같으면 그렇게 반가운 게 아니었지만 요즘은 책이라고 하면 어찌나 설레는지 말이다. 포장을 열어보니 전날 아주버님이 말씀하신 바로 그 책이었다. 기분이 좋아져 사진을 찍어 "어머나, 어제 말씀하신 책 보내셨네요? 감사합니다. 잘 읽을게요"란 인사와 함께 보냈다. "네, 생일축하 선물이에요"란 답장이 왔다. 이렇게나 생각해 주시니 정말 감동이 밀려왔다.


전날 카페에서 아주버님 왈 "책은 언제 나와요?" 하시는 거다. 작년 여름인가 "저도 지금까지 쓴 글들을 엮어 책 한 권 내 보렵니다"라고 했던걸 아직 기억하고 계셨다. 그리고 얼마 전에 완결한 브런치북 <대가족 이야기>를 우리들이 함께 공유하는 카톡방에 올렸는데 "이거 책으로 나오는 거 아니었어요? 책으로 읽으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하셨다. 출판사 투고가 아니더라도 내가 마음에 드는 내용의 글들을 모아 POD출간으로 내 볼 거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던 거다. 나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출간을 해야겠단 마음을 다시 먹었다. 책이 나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말없이 응원해 주시는 두 분이 계셔서 참 든든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이 기회를 빌어서 아주버님, 형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해보자 다짐해 본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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