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에 맞서는 강력한 무기
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너는 왜 그렇게 여기저기 많이 쓰는 거야?"
"...?"
내가 많이 쓴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하지 않고 살고 있었다.
그것이 타인의 눈에는 너무 쓸모없이 많은 것을 기록하는 이상한 사람, 혹은 자기과시에 빠져있는 나르시스트 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나는 자꾸만 무엇인가를 쓰는 것일까?
ㅡ
그랬다. 사실 나는 여러 개의 SNS 채널에다가 저마다의 목적을 가진 제각각의 이야기들을 쓰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은 물론 블로그와 브런치까지.
모두 사적인 공간이지만 기록하는 주제는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페이스북 계정 2개, 인스타그램은 3개를 운영하고 있고 블로그도 3개나 보유하고 있는 중이다.
예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티스토리, 싸이월드, 다모임, 카페에다가 피씨통신 내 갤러리도 운영하곤 했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매일 일기를 썼었다. 혼자 쓰는 일기, 친구와 같이 쓰는 일기, 거기에 친구들과 매일같이 주고받던 편지들까지. 생각해보면 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써대고 있는 듯하다. 쓸모가 있는 글도 없는 글도, 좋은 글도 엉망인 글도 가리지 않고 그저 쓰고 있다.
심심할 때, 마음이 복잡할 때, 슬플 때, 기쁠 때 나는 글을 쓴다.
일상 속에서 내 감정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나는 늘 쓰고 싶어 진다. 마셔도 마셔도 가시지 않는 갈증처럼, 써도 써도 무엇인가 더 쓰고 싶은 마음이다.
이 정도면 쓰기가 취미이자 특기인 쓰기 중독자라고 명함을 파도 되지 않을까?
ㅡ
예전의 내가 남긴 기록들을 다시 읽어 보는 것은 언제나 새롭다. 짧은 글도 긴 글도 다 저마다의 추억을 뽐내며 나의 예전들을 떠올리게 한다.
어떤 글은 그 속에 박제되어 있는 과거의 나를 꺼내어 지금의 나와 비교를 하게 하기도 하고, 어떤 글은 과거의 시간 속에 남겨진 바람과 온기를 끄집어내어 추억에 잠기게 해 주기도 한다.
'아 그때 참 힘들었었지.'
'아 정말 따뜻했던 날이었는데..'
글을 다시 읽을 때마다 그 속의 과거가 한 편의 영화처럼 재생된다. 참 희한하게도 같은 글이지만 그 속의 나는 만날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날은 웃고 있고 어떤 날은 울고 있다.
글 속에 남겨진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를 투영하며 항상 다르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렇게 만나는 나를, 나는 좋아한다.
ㅡ
"취미가 뭐예요?"
라는 질문에
"글쓰기예요."
라는 대답을 아직 하지는 못한다.
타인에게 감동을 준다거나 영향을 미칠만한 거창한 글쓰기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나의 글쓰기는 언제나 쑥스럽다. 그저 혼자서 나의 이야기를 나의 글로 표현해 내고 그 속에서 나를 돌이켜볼 수 있음이 좋을 뿐이다.
다시 만난 과거의 내가 영원이 되는 것이 좋을 뿐이다.
아무것도 안 쓰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쓰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내 주변에는 온통 아무것도 안 쓰는 사람 투성이라 쓰기를 같이 논할 수가 없을뿐더러 쓰기를 하고 있다 말하기도 낯 뜨겁다. 그저 온라인에서만 조용히 쓸 뿐이다.
그래서 브런치가 참 반갑다. 소소한 나의 이야기에 작은 피드백이 돌아와 큰 감동을 준다. 요즘 느끼는 몇 안 되는 행복이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글을 읽는 것도 언제나 즐겁다. 쓰기 중독자 들은 다들 브런치에만 모여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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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하고 훌륭한 무엇인가는 결코 아니지만,
망각에 맞서 싸울 오늘의 나를 남기는 일이기에
오늘도 글을 쓴다. 그리고 글을 쓰는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