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COMPLETE

잠시 나갔다 왔습니다.

외향적 내향성인 내가 에너지를 얻는 방법

by 지니




예전 직장 동료의 결혼식 날이다. 가겠노라 말하고 오래간만에 반가운 얼굴들과 만나기로 약속도 잡았다.


참 이상하다. 반가운 이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약속을 잡고 결혼 당사자에게도 진심 어린 축하와 함께 꼭 가겠노라 장담했지만, 날짜가 다가올수록 점점 가기 싫은 마음이 고개를 든다. 밖으로 나가는 것은 좋지만 과거형이 되어버린 직장 동료들과 마주치고 형식뿐인 인사치레를 해야 하는 상황이 싫었다.


나는 전반적으로 외향적인 편이지만, 어떨 땐 한 없이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변신한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 혹은 처음 보는 낯선 사람만 좋아한다. 참 이상하게도 애매하게 아는 사람 앞에선 먼저 인사도 잘 못하는 한없이 소심한 사람이 돼버리기 일쑤다.

가깝거나 새로운 사람보다 애매하게 아는 사람이 더 많은 장소에 있으면 나는 일종의 두려움을 느낀다. 나의 내향성이 유독 돋보이는 순간이 그런 때인 것 같다.

이번 결혼식이 그러했다. 대부분이 애매하게 아는 사람들일 것이 분명한 결혼식이었다. 아마 혼자서 가야 했다면 안 갔을 테지만 함께 갈 사람이 있어 간신히 가기 싫은 마음을 밀어 넣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설레지만 무엇인가가 자꾸만 내키지 않는 기분으로 아주 오래간만에 혼자 외출을 하는 중이다.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핸드백을 들고 지하철을 타는 내 모습이 이리도 낯설다니. 이런 낯선 기분을 느끼는 것조차 낯설기만 하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중에 요즘 가깝게 지내는 동네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반가운 마음이 든다.

수년을 같이 일 했던 직장 동료들보다 알고 지낸 지 몇 달 안 된 동네 친구가 편하다.

이것이 지금 나의 현실이고 나의 세상임이 낯설게 다가온다.







결혼식. 나 역시 경험했던 참 어려운 하루이다.


예쁜 드레스를 입고 세상의 축하를 받지만 그리 유쾌하진 않았었다. 거울 속 낯선 내 모습만큼이나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했던 하루랄까. 겉으론 계속 웃고 있었지만, 주목을 받는 주인공이 되는 것을 그리 즐기는 편이 아니었기에 나름 힘든 하루였다. 애써 웃으며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한 시도 나를 내버려 두지 않는 도우미들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다 보니 하루가 끝이 났었다.

그렇게 모든 과정을 끝내고 갑자기 밤을 맞이했을 때, 너무도 피로했지만 쉬이 잠에 들지 못했었다. 앞으로 달라질 나의 인생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이 피로보다 앞섰던 그날 밤의 내가 그 하루 속에 있었다. 지금은 까마득하게만 느껴지는 하루지만 누군가의 결혼식 장에서는 항상 다시 떠오른다. 그 날의 내가 예식장 속에 박제되어 있는 듯하다.



아름다운 9월의 신부에게 진심 어린 축하를 전했다. 오래간만에 만난 얼굴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한 때는 매일 사무실에서 마주치던 이들이지만, 그들과 나 사이에 생긴 시간의 공백이 유독 크게만 느껴지는 오늘이다.


다행히 함께 만난 지인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던 터라 우리는 금세 예식장을 빠져나왔다. 셋 만 남은 차 안에서야 우리는 한 숨을 돌리고선 그간의 근황에 대해 대화를 시작할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공간이 반가운 오늘



회사를 그만두고 세계여행을 떠났다 돌아온 부부와 아직 회사를 다니고 있는 싱글녀, 그리고 육아에 정신없는 나로 구성된 모임이었다. 지금은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조합이지만, 우리는 가장 즐겁게 일했던 시간을 함께 공유했던 사이였다. 자주는 못 만나더라도 각자에게 특별한 일이 있는 날에는(일 년에 한두 번 정도) 반갑게 만나는 중이다.


6개월간의 세계일주를 마치고 돌아온 부부는 각자의 재능을 살려 파트타임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5년 뒤에 다시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 했다.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일, 아니 내가 꿈꿨던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듯 보이는 이 부부가 정말 부러웠다.


여전히 우리가 함께 일했던 그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과로에 찌들어 있었지만 직장 내에서 인정받고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연애할 시간도 여행을 떠날 시간도 없었지만 자신이 누리는 성취를 즐기는 듯 보였다. 그 속에서 예전의 열정적이던 내 모습이 살짝 보였다. 지금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열정이 좋아 보였다.



참 이상하다. 분명 느림의 미학을 찬양하며 꿈꾸던 시절이 있었는데, 다시 바쁨을 그리워하게 되다니.

역시 사람은 자기가 갖지 못한 것을 열망하며 살아가는 존재인가 보다.





그 간의 여행 이야기, 직장 이야기, 육아 이야기들로 한참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자연히 미래에 대한 얘기로 주제가 넘어간다.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까?

더 행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



정답이 없는 세상 최고의 난제를 앞에 두고 각자의 지금을 돌이켜 생각해본다.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무엇이든 다 이룰 수 있을 것 같던 시간들이 있었다. 하늘이 내 편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고 내가 원하는 일들은 다 이루어진다는 자기 최면에 걸려 있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내가 꿈꿨던 많은 일들이 이루어지기도 했었다.

하루를 쪼개고 또 쪼개 수 없이 많은 크고 작은 일들을 해 내던 그때의 나를 이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나의 미래는 찬란하리라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던 시절들.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사는 것이 옳다 믿었던 그 시절의 나는 그들 속에선 여전했지만, 나 자신에게선 잠시 잊힌 듯하다. 그들이 기억하는 예전의 나로 행동하다 보니 나 자신은 뒤로 한 채 불평만 해 대던 요즘의 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졌다.

나를 내려놓은 건 아이도, 남편도 아닌 그저 나 자신이었을 뿐임을 사실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자꾸만 아닌 척 회피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내가 원하는 삶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믿음. 그동안 잠시 잃어버렸던 그 믿음을 오늘 다시 찾아왔다.





나가길 참 잘 했다. 나를 불편하게 하는 만남도 있었지만, 나의 지금을 돌이켜 보고 힘을 내게 해 주는 더 값진 만남도 있었다. 집 밖에 나가서 누군가를 만나는 게 못 견디게 불편하게 느껴지던 오늘이었지만, 결국 그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에너지를 얻어 온 나는 아마도 외향적 내향성인 부류의 사람인 듯하다.


외향적인 사람으로 불리던 10여 년간의 직장생활에 나만을 들여다보는 지금의 일상들이 더해져 내향성이 조금 짙어진 듯한 요즘이지만 말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이 참 고맙고 반가운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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