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릴 듯 차가운 겨울을 좋아해요 저는. 요즘같이 모든 걸 얼려버릴 듯한 매서운 강추위에 숨을 한번 들이켰을 때 몸으로 들어오는 차가운 기운이 좋아요.
그리고 그 속에서 숨을 쉬면 나오는 뜨거운 입김에 '아 내가 이렇게도 뜨겁게 살아있는 존재구나.'라는 느낌이 들어 좋아요.
추위 속에서 내가 살아있음 늘 느낀다는 게 좀 웃기긴 하는데, 암튼 저는 그렇더라고요. 특히 겨울의 까만 밤을, 그중에서도 강이나 바다에서의 투명한 반짝임이 좋아요. 겨울엔 유독 세상이 맑고 반짝이게 보이잖아요? 그 차가운 맑음이 좋아요.
아이를 키우면 늘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생각하게 돼요. 그러다 보면 늘 나는 뒷전이 되어버리고요.
외식메뉴도 간식 메뉴도 주말 외출 장소도 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우는 하루들을 살다 보면 내가 좋아했던 것들이 뭐였지? 싶기도 해요. 잠시 고민해야 지나 떠오르는 나의 취향 나의 기호들에 씁쓸하기도 한데, 그래도 아이가 그만큼 이쁘기 때문에 괜찮다 위로를 받으며 지내죠.
겨울을, 눈을 그렇게나 좋아하는 나인데 아이가 감기에 걸릴까 기침을 하니까 하며 집 밖에도 나가지 않았던 주말을 보내고선 월요일의 까만 밤을 맞이하고 나니 문득 서글픈 생각이 들어요. 이 겨울이 여전히 좋은데 만끽하지 못하는구나 싶어서 말이에요.
아이들은 금세 크니 다시 겨울 눈 산을 오를 수 있겠죠? 아이들은 금방 엄마의 손을 필요로 하지 않는 나이가 될 텐데, 그때가 돼서 내가 좋아하던 것들을 다 잊어버리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아요.
그러니 우리 가끔씩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한번 떠올려봐요. 혼자만의 시간을 다시 만끽할 수 있는 날들이 왔을 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잊지 않게 말이에요.
아이도 소중하지만, 나 역시 너무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ㅡ
차가운 겨울, 맑은 밤, 까만 하늘의 별, 눈 위의 등산, 맛있는 커피, 잔잔한 음악, 와인 한 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거 먹기, 소설책 읽기, 글쓰기, 쓸데없는 생각하기, 여행 계획 짜기, 사진으로 추억 남기기 등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