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COMPLETE

봄처럼 조용히 다가올.

가만히 기다리기

by 지니



꾸밈없는 솔직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쿨한 척 애쓰지 않고, 내가 느끼는 그대로를 세상에 얘기하며 그렇게 솔직하게 살고 싶다. 쿨 몽둥이로 백번은 두드려 맞았어야 정신을 차렸을 것 같은 예전의 내가 남겨둔 기억들이 때론 나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예전보다 나이가 조금 더 든 지금의 나는 그냥 나 다운 모습, 그저 나인 모습으로 사람을 만나고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지금까지 꽤나 솔직하지 못한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왔다. 내가 알고 있는 것들과 나의 믿음에 대한 의지를 증명하기 위해 솔직한 내 모습은 꼭꼭 숨겨놓기만 했다. 스스로 만들어 혼자 들어간 누에고치 같은 나의 세상 속에서도 나름 잘 살아왔지만, 이젠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세상 모든 것을 안다 얘기하고 다녔어도 나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말이다. 누에고치 속 내 세상은 한없이 작기만 했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까지 나를 가장 괴롭힌 건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했다.


엄격의 반대가 나에 대한 믿음이라는 것을 몰랐던 나는 한동안 그릇된 방식으로 나 스스로를 방종했다. 나를 망나니처럼 풀어 두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원한 것이 아닌 세상이 말하던 방식을 그저 흉내 내며 나 자신을 잠시 잃은 채 시간을 보냈다. 길진 않았던 그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배웠지만, 많이 괴롭기도 했다. 그 모습들은 내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이제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을 방종하진 않을 것이다. 그러고 싶지 않다.



꾸밈없는 내 모습을 온전히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상대방의 모습 또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보고 싶다. 너무 애쓰지 않고 솔직하게, 하지만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그런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스스로에게 먼저 솔직해져야 하고, 그런 솔직한 나를 그대로 받아들여 줄 사람을 만나야 한다. 나의 솔직함에 도망가는 사람도 있겠지.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솔직한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을 나 역시 받아들일 순 없으니.


솔직하려 애쓰는 내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렇지만 나 자신을 잘 꺼내놓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상처를 받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나를 꽁꽁 숨겨 두었던 것은 사랑받지 못하리라는 두려움에서 시작된 마음이었으니까. 사랑을 받아야 한다고만 생각하고 살아왔기에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랑받지 못해 상처받을지도 모른다. 그건 내가 받고 싶었던 사랑의 양이 너무 컸던 탓이리라.

이젠 큰 욕심 없이 그저 한 사람에게만 사랑받고 한 사람만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삶을 꿈꾼다.


봄처럼 조용히 나에게 다가올 그런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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