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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Apr 22. 2017

두 개의 우주

결혼식 일주일 전 



누군가의 인생을 나의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인다는 것. 


서로 너무도 다르게 평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어쩌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저 영화처럼 또 소설처럼 아름답기를 꿈꾸는(허황된 미래를) 우리들이 만들어 낸 신기루 일 뿐인지도.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결정을 해야만 하는 크고 작은 일들이 정말 많다. 

그런 중요하거나 혹은 소소한 결정들 앞에서 두 개의 세계는 관용 없이 부닥친다. 

선택의 절차는 한없이 길어지고 무의미한 논쟁들 앞에서 각자 서로의 다른 모습을 발견된다. 이러한 논쟁을 대하는 상대방의 태도에서 우리가 얼마나 다른지를 여실히 깨닫는다.

 

뿐만 아니다. 그의 세계에서 속해있는 무한히 낯선 모든 것들 - 그의 집, 그의 고향, 그의 직장, 그의 형, 그의 누나, 그의 동생, 그의 아버지부터 그의 이모님 그의 큰아버지, 그의 외삼촌 등 - 의 등장을 아무런 준비 없이 맞닥드려야만 한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그'라는 우주 안에 속해있는 제각각의 소우주들 앞에 철벽인 줄 알았던 나의 굳은 마음은 속절없이 돌벽 정도로 레벨이 하락하고 만다. 


 생각지 못했던 모습들에 당황하고 기대치 않았던 일들에 실망하고 있는 나의 모습에 당황스럽지만, 어찌 보면 그런 모습들을 생각하지 못했던 나와 현실과 다른 모습을 꿈꿨던 나의 잘못일 것이다. 상대방은 결코 나에게 진실하지 않았던 적이 없으니까. 



 두 개의 세계가 합쳐지는 것은 비눗방울이 합쳐지는 것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것은 고요하지만 쉼 없이 빠르게 움직이는 우주의 만남에 가깝다. 그리고 그 속을 부유하는 수많은 행성들의 예상치 못했던 큰 충돌과 같은 대 혼란이다. 

 그리고 그 충격은 새로운 우주 속에 수없이 많은 파편의 부스러기들을 만들어낸다.  


 우리가 함께 결정하고 타협하며 만들어 낸 절충의 조각들. 그의 것도 나의 것도 아닌 그 조각들로 우리의 우주는 새롭게 채워지겠지. 



그에게서 조금 또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 나간 그 조각들을 다시 찾아내서 모를 수 있을까? 

우린 지구와 달처럼, 서로의 간격을 잘 유지하며 온전히 나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까?



둘이 함께 저 멀리 있는 밝은 행성에 닿기 위한(닿을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그 불안정한 여정. 그 흔들리는 길 위에서 맨 몸으로 두 손을 꼭 맞잡고 서 있는 우리. 하루하루가 위태롭고 불안한, 결혼 일주일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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