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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Apr 04. 2017

첫사랑 그리고 끝사랑

그 남자의 이야기



첫눈에 반하는 게 이런 건가 봅니다.


새 학기 첫 수업에서 만난 작고 반짝이던 그녀.

첫날부터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용기가 없었던 저는 그녀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했고,

인연이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생각하고 그렇게 그녀를 흘려보냈습니다.



3년이 지났습니다. 그녀가 생각납니다.

하지만 연락처를 몰라 연락하지 못했습니다.


5년이 지난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습니다.


'혹시 A 씨 아니세요? 저는 누구인데 혹시 제가 아는 사람인가 해서요.'


그녀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그것도 몇 번이고 바꾼 저의 새 휴대폰 번호로 말입니다.

그녀가 저를 잊지 않았나 봅니다.

그녀도 저를 찾았었나 봅니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습니다.

당장이라도 내가 맞다고, 내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냐고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당시 군부대에 속해 있었던 터라 전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 날 따라 하필 회식이 있었습니다.

기분이 좋아 술을 왕창 먹었고, 술기운에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야. 잘 지냈어? "


자다 깬 듯한 그녀는 깜짝 놀라면서도 반갑게 전화를 받아 줍니다. 그녀의 목소리를 다시 들으니 예전의 기억들이 하나씩 떠올라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됩니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을 통화를 했고, 또 연락하자는 기약을 남긴 채 전화는 끊어졌습니다.



또 연락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습니다.


제 곁에는 다른 여자가 있었기 때문에 차마 그녀에게 다시 연락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옆을 지키던 연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휴대폰 번호를 다시 바꾸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그녀를 놓쳤습니다.



4년이 더 흘렀습니다.

저는 사회로 돌아왔으며, 혼자가 되었습니다.


4년 전 마지막 통화로 남은 그녀를 잊을 수 없었습니다.

9년 전 내 심장을 그토록 뛰게 했던 그녀를 꼭 다시 만나고 싶었습니다. 만나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서, 본명이 아닌 다른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그녀를 찾게 되었습니다.

이름은 달랐지만 사진 속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는 제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그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해 겨울의 마지막 일요일,

9년 만에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른 만큼 그녀도 저도 많이 달라져 있었지만, 쉬이 뛰지 않던 제 심장은 여전히 그녀를 향해 뛰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손을 잡았습니다.

이 손을 잡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돌아왔던가요?

우리가 흘려보낸 그 9년의 시간이 너무 아쉽지만,

지금 이렇게 이 손을 잡게 된 것에도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지금 잡은 이 손을 이제 평생 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는 저의 첫사랑이고 또 끝사랑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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