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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 Jul 28. 2017

혼자서 둘이서

이토록 다른 우리가 함께 



 어른이 되어 어떤 방식으로든 독립을 하게 되면 수많은 것들을 혼자 결정을 해야만 한다.


 오늘 무엇을 먹을지

 주말에 무엇을 할지

 휴가는 어떻게 보낼지

 이사는 어디로 갈지..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결정들을 반복해가며 나 자신의 스타일을 찾게 되고, 그런 선택들이 많아질수록 나의 세계는 더욱더 나에게로만 향하게 된다. 부모님과 친구들은 그저 '응~ 잘했네.' 정도의 추임새만 넣을 뿐이고 실상 나에게 어떤 선택을 하라 강요하진 않는다. 성인이니까. 

 모두 저마다 그렇게 살아 내면서 혼자인 시간을 견뎌낸다.



혼자서도 괜찮았었던 나날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갑자기 둘이 되고 나니, 나만 있던 세계에 지진이 난 듯 흔들리기 시작한다.



오늘은 친구 만나서 피자를 먹었어.

- 그 친구는 왜 만나? 왜 피자를 먹어 몸에 좋은 거 먹지.


주말에 언니네 좀 갔다 오려고.

- 가서 또 조카 봐주게?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뭣하러 가냐?


커피 먹자. 뭐 먹을래?

- 뭐 아무거나. 너 먹고 싶은 걸로.

(그린티 프라푸치노 등장)

- 아 진짜 맛없다. 이런 걸 왜 먹냐?


(누군가와 통화 중)

- 에이~ 넌 왜 그렇게 말을 하냐? 그냥 대충 하고 말지.



 나만의 의지로 혼자 해오던 많은 이들이 사사건건 간섭을 받기 시작하고, 나의 의지에 반하는 타인의 말들에 나의 세계는 저항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별 것도 아닌 일로 싸움이 시작된다. 


 이 싸움은 미묘하다. 누구도 이기거나 질 수가 없는 싸움이다. 



"왜 그렇게 말을 해? 그러면 나한테 어쩌란 거야? "


"아니 나는 그런 의도가 아닌데,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해? "


"그걸 어떻게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생각할 수가 있어?"


"근데 진짜 아닌 걸 어떡해." 


"사사건건 그런 식으로 토를 다는데 내가 무슨 얘기를 어떻게 할 수 있겠어? "


"왜 토를 단다고 생각하냐 그런 게 아닌데." 


"그러면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난 그렇게밖에 안 들려." 


"뭘 어찌 얘기하란 건지 모르겠다.." 



 흔해 빠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같은 에피소드들이 나에게도 일어날 줄이야...




 그도 나도 혼자서 감내해오던 시간이 길었고, 그 시간 속에서 각자의 스타일이라는 게 생겨 있으니 서로에게 서로의 방식이 낯설고 이상할 뿐이라는 것은 안다. 서로의 방식에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양보 혹은 서로의 방식을 변화시켜가며 서로에게 맞춰져 가리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혼자서 살아온 시간보다 둘이 함께 였던 시간이 더 길어지면 이런 마찰은 없을까? 


 다른 부부들의 삶이 궁금하다. 

 나와 이토록 다른 사람임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저마다의 노하우가 있는 것일까.


 아.. 누군가와 함께가 된다는 것은 내 예상보다도 더 어렵고, 

 나 자신을 더 많이 내려놔야 하는 일이구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결혼 3개월 차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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