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볕이드는창가 Mar 17. 2021

아불시약신 (我不是药神)

나는 신이 아닌, 하나의 인간


■ 원어 제목: 아불시약신 (我不是药神, 워부스야오션)

■ 영어 제목: Dying to Survive

■ 장르 : 드라마 / 코미디

■ 년도 : 2018

■ 감독 : 文牧野

■ 주요 배우 :  徐峥,谭卓,周一围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8년 개봉해 무려 30억 위안을 벌어들인 중국 영화, <아불시약신(我不是药神)>입니다. 한국에 지옹(囧)이라는 재미있는 한자를 알려준 영화 <인재경도(人在囧途)>의 감독이자 배우인 쉬쩡(徐峥)이 주인공인 영화죠. 이 쉬쩡이라는 배우는 춘절, 국경절 같은 영화관 대목 때마다 꼭 작품 하나씩을 내는데, 이 작품은 그런 일반적인 휴일의 리듬과는 다르게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인재경도(人在囧途)>의 쉬쩡 뿐 아니라, 이 영화에는 반가운 얼굴이 몇 명 더 등장합니다. <연희공략(延禧攻略)>에서 다소 악독한 고귀비 역할을 맡았던 탄줘(谭卓)가 여기서는 의리 있는 여자 주인공으로 분하고, <장안십이시진(长安十二时辰)>에서 롱보(龙波)라는 악역을 맡았던 저우이웨이(周一围)는 이 드라마에선 정의감 넘치는 형사로 나옵니다. 특히 탄줘는 영화에서 20초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폴 댄스 장면을 찍기 위해 한 달 반 동안 다리에 멍이 온통 들 정도로 폴 댄스 수업을 들었다고 합니다.


제 기억에 제가 매거진에서 지금까지 리뷰한 작품 중에 또우빤 시청자가 300만 명이 넘은 경우가 없었던 것 같은데, 이 영화는 그 숫자를 훌쩍 뛰어넘는 400만 명 이상이 보았다고 답했네요. 더불어 이 플랫폼에서 영화 랭킹 44위에 들었을 정도로 그 평점도 좋은 영화입니다. 저도 위챗 모멘트에 리뷰를 올렸을 때, 많은 중국인 지인들이 댓글과 좋아요를 남겨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는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약간 각색하여 감동적이고 재미있는 스토리 한 편을 만들어냈습니다. 돈 때문에 백혈병 치료제 불법 밀수를 하게 된 주인공이 나중에는 정 때문에, 또 스스로 옳다고 믿는 어떤 가치를 위해서 이 일을 지속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법적 올바름과 개인의 신념 사이의 갈등, 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情)과 나라가 정한 법 사이의 갈등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실제 현실에서는 밀수를 시작한 주인공 역시 백혈병 환자라서 치료제를 찾다가 불법 밀수를 시작한 것이라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주인공 본인은 환자가 아닌 것으로 각색되었습니다. 아마도 극적인 효과를 더 살리기 위함이 아닐까 싶네요. 이야기 자체도 무척 감동적이지만, 그 감동적인 이야기가 사실은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는 데 많은 중국인 관객들의 마음이 움직였고, 결론적으론 영화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습니다. 중화권 영화제뿐 아니라 몬트리올 영화제에서도 수상을 했고, 2020년에는 그 인기에 힘입어 일본에서도 개봉을 했습니다. 일본에서의 성적도 좋았다고 하네요.


흔히 중국 사회를 법보다는 사람 사이의 정과 관계가 지배하는 사회라고들 합니다. 실제로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말로 잘 풀라는 "좋게 말로 하세요(有话好好说)"라는 말도 있고 말이죠. 말로 잘 풀 수 있는 일에 대뜸 제도나 법부터 내밀면 중국인은 굉장히 기분 나빠합니다. 그런 상대의 반응이 어느 정도 본인의 체면(面子)을 상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동양 사회에서 이런 면은 사실 익숙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런 면이 중국의 선진화를 더디게 만든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에는 그런 주먹구구식 스토리 전개가 잘 나오질 않습니다. 심의회에서 통과를 안 시켜주거든요.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준다고 말이죠. 그래서 주인공이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했다면 어떻게든 그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설령 법을 비판하고 싶다고 하더라도 일단 처벌은 받고 나서 해야 하죠. 이 영화가 그렇습니다. 주인공은 분명 범법 행위를 저질렀고, 그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 행위에 대한 대가로 그는 감옥에서 일정 기간 복역을 하죠. 복역 기간을 마친 뒤 영화는 관객에게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래서, 그 제도가, 그 법이 정말 옳은가요?"


아픈 사람이 있고, 그들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외국에 국내보다 훨씬 싼 가격에 이미 유통되고 있는데, 그 약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이 불법이라면, 이 법은 옳은가요? 약을 국내로 들여올 수 없어서 다른 비싸게 팔리는 약을 구해야만 하는데, 돈이 없어서 구할 수 없다면 그 환자들은 무슨 죄인가요? 어떤 잘못을 했나요? 가난한 것이 죄인가요? 주인공은 아픈 사람들을 위해 용기 있게 그 행동을 했을 뿐인데, 그 행동이 잘못된 건가요? 이런 질문들이죠. 물론 영화는 중국 정부를 아름답게 미화해야 하니까, 정부가 이런 제도의 미흡한 점을 잘 발견해냈고 이후 다 개선되었다는 결론으로 영화가 끝나지만요.


중요한 건, 어떤 한 사람이, 이 제도가 잘못됐다는 점을 알고 분연히 일어나 스스로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향해 나아갔고, 그로 인해 정부가 이 제도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제도를 개편했다는 점일 것입니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런 작은 한 '개인'의 용기 있는 선택이 결국 사회를 조금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다시 이 영화의 제목이 눈에 들어옵니다.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 나는 구세주도 아니고, 전지전능한 신도 아니고, 그저 한 명의 개인일 뿐이다."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작은 개인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 드러나네요.


영화를 보실 때 중국적 특수성을 조금 걷어내고 영화가 당초 말하고 싶었던 주제에 조금 더 집중한다면 아마 더 큰 감동과 생각 포인트를 얻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오늘 리뷰 마치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며칠 전 동료에게 추천받아서 오늘 다 봤다. <인재경도(人在囧途)>의 쉬쩡(徐峥), <연희공략(延禧攻略)>의 고귀비, <장안십이시진(长安十二时辰)>의 저우이웨이(周一围)~ 모두 훌륭한 배우들이다. 영화 속에서 가짜 약을 파는 상인이 이런 말을 한다. "세상에는 가난병(穷病)이라는 병만 존재한다"라고. 남자 주인공 용꺼(勇哥)의 초심이 비록 환자들을 구하기 위함이 아니라 본인이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하더라도, 그의 행위 자체는 결국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냈다. 한 명의 개인은 당연히 구세주가 될 순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믿는다. 아무리 미약하고 작은 개인이라 할지라도 작은 파도를 일으켜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지고 있음을.



매거진의 이전글 당인가탐안 (唐人街探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