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봄날, 따뜻한 햇살 아래 선물처럼 내려온 나무. 아주 예쁜 나무라서 봄을 조금 더 즐기고 싶었나 보다. 날이 조금 더워지려 하니 영원한 봄날이 있을 어딘가로 조용히 떠났다. 그 와중에 엄마 아빠 좀 더 오래 기뻐하라고 우리 곁에 2주나 그렇게 가만히 있어주었다.
나무를 보내주고 병원을 나와 그동안 그렇게 참았던 참치 연어 초밥을 먹고 후식으로 커피까지 마시는데, 나무가 정말 효자라서 엄마가 너무 먹고 싶어 하니까 잠깐 떠난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배려 안 해도 되는데. 오빠가 나무는 참 똑똑한 아이라고, 아직 헬조선에 태어나고 싶지 않아서 돌아간 거라고 했다. 한참을 울다가 처음으로 빵 터진 말이었다.
임부복을 사지 않아서 다행이다, 초음파 앨범을 사놓고 박스도 안 뜯어서 다행이다, 튼살크림을 사놓고 아직 안 써도 된다고 게으름 피워서 다행이다, 각종 다행이다를 변명처럼 늘어놓았다. 그렇게 하면 좀 덜 허무할 줄 알고.
멍하니 앉아있다가 영화 <보스 베이비>를 틀었다. 누군가 비슷한 상황에서 이 영화로 위안을 얻었다는 말을 들어서다. 보스 베이비가 떠나갈 때 결국 또 울음은 터졌지만 우습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무가 정말 보스 베이비라서, 오빠에게 운전 연습을, 내게 요리 연습을 시키라는 미션을 받고 내려왔던 건 아닐까. 아기가 왔다고 부랴부랴 미뤄뒀던 일을 시작한 아빠 엄마를 보고 미션을 달성하고 하늘로 돌아간 건 아닐까 하는 생각.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그냥 너무 생생한 꿈이었던 거라고. 눈을 뜨면 다시 나무가 있는 아침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알람도 울리기도 전에 눈은 떠졌고 아쉽게도 이 꿈같았던 일들은 사실로 밝혀졌다. 다음에 오게 될 친구는 좀 덜 똑똑하고 아빠 엄마 배려하지 않고 자기만 생각하는 못된 아가였으면. 그러면 이렇게 아플 일은 없을 테니까.
나무야, 그곳은 따뜻하고 선선한 봄날이니? 아빠 엄마는 나무와 함께 한 두 달 남짓의 시간이 정말 즐겁고 행복했어. 엄마도 아빠도 아직 나무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만, 오늘도 몇 번이나 울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행복했던 시간만 기억하며 잘 버텨내 볼게. 잠깐이나마 이곳에 함께 해줘서 정말 고마워. 하늘에서 많이 응원해줘.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