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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Aug 19. 2021

역광비상(逆光飞翔)

영화가 현실이라면 좋겠지만


■ 원어 제목: 역광비상 (逆光飞翔, 니꽝페이샹)

■ 영어 제목: Tough of the Light

■ 장르 : 드라마 / 멜로

■ 년도 : 2012

■ 감독 : 张荣吉

■ 주요 배우 : 张榕容,黄裕翔 등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2년 개봉한 대만 영화, <역광비상(逆光飞翔)>입니다. 제목은 한국어로 해석하면 '빛을 거슬러 날아오르다' 정도가 될 것 같네요. 위 또우빤 캡처에 작품 연도가 2013년으로 표기되어 있는 것은 이 작품이 중국 대륙에서 개봉한 것이 2013년이라서 그렇습니다.


이 영화를 본 것도 1월 26일, 앞서 리뷰한 <당산대지진(唐山大地震)>과 같은 날 봤군요. 정말이지 코로나로 인해 힘든 춘절 연휴였습니다. 쟁여놓은 컵밥들을 부둥켜안고 집에서 영화랑 드라마만 볼 수밖에 없는 시간이었으니까요. 밖에 그렇게 나다니기 좋아하는 제가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영화만 보고 있으니까 중국인 친구가 영화를 하나 소개해줬는데, 그게 바로 이 영화입니다. 친구가 이 영화를 소개한 키워드는 딱 한 단어, "Empowerment (励志)"였습니다.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힘내라는 의미로 추천해준 걸까요?


포스터로 짐작하신 분도 계시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시각장애인입니다. 그리고 그는 피아노를 무척 잘 치는 피아니스트죠. 주인공 황위샹(黄裕翔)을 연기한 사람은, 실제 대만의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인 황위샹(黄裕翔) 본인입니다. 영화는 비장애인이 시각장애인을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시각장애를 가진 피아니스트 본인이 본인을 연기하는 방식으로 이야기의 현실감을 더합니다. 


선천적으로 앞을 볼 수 없는 주인공은 비장애인과 견줘도 손색이 없는 피아노 연주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콩쿠르를 참여하면 이상하게 비장애인들의 동정 어린 시선을 받습니다. 재능이나 실력으로 동등하게 취급받고 싶지만 사회적인 시선이 그를 괴롭히자 그는 더 이상 콩쿠르에 참가하지 않기로 합니다. 그런 그의 곁에 그와 비슷한 사연을 가진 여주인공 샤오졔(小洁)가 등장합니다. 그녀 역시 무용에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죠. 두 사람은 천천히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또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되어 꿈을 향해 나아갑니다.


영화 자체는 정말로 제게 이 작품을 소개해준 친구가 말한 것처럼, 용기를 북돋와주는 영화, 그 자체였습니다. 시각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이 대체로 내포하곤 하는 '본다는 행위의 정의' 같은 주제의식도 잘 가지고 있었고요. 두 주인공이 서로 그동안 '본' 적 없는 세계를 접하면서 겪는 일들이 아주 밝고 순수하게 그려져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대만 영화라 그런지 묘하게 일본 영화의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은 중국 대륙의 영화에서는 느끼기 어렵죠.


하지만 영화를 다 본 뒤 영화에 대해 검색해가는 과정에서 저는 불편한 진실을 접하게 됩니다. 그건 바로, 실제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 남자 주인공을 연기한 피아니스트 황위샹이 여자 주인공을 연기한 배우 장롱롱(张榕容)에게 호감이 생겨 고백을 했지만 거절당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는 말이, 제게는 12시가 되니 황금마차가 호박마차로 변했다는 신데렐라의 이야기와 비슷하게 들렸습니다.


물론 보통의 배우와 또 다른 보통의 배우가 영화나 드라마를 찍다가 호감이 생겨 고백을 하고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일은 있을 수 있고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남자 주인공을 피아니스트 본인이 직접 연기했고, 전문 배우가 아니어서 감정적인 조절이 잘 되지 않은 채로 고백까지 했다가 잘 되지 않은 케이스라 그 결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고백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도 나올 정도로 공개되어버렸다면? 뭐라 표현하긴 어렵습니다만, 어쨌든 현실의 냉혹함과 냉정함이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물론, 여자배우가 마음에도 없는 연애를 했어야 했다는 것은 아닙니다만.


어쨌든, 다시 12시 전의 황금마차로 돌아오자면,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밝은 기운을 충전해주는 영화답게 영화 속에 따뜻하고 감동적인 대사들이 꽤 많습니다. 사용되는 중국어가 어려운 편도 아니기 때문에 혹시 중국어 학습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공부할 겸 보셔도 괜찮을 것 같네요. 아, 배경이 대만이라 발음은 대만 발음입니다. 


몰랐는데 2013년에 <터치 오브 라이트>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개봉도 했었고, 주인공 역을 맡은 황위샹이 직접 한국에 와서 시사회도 참여하고 피아노 연주도 했었네요. 네이버에 그 영상이 있어 여기 실어봅니다.


https://tv.naver.com/v/5718936


그럼,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인사드리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어떤 친구가 추천해준 대만 영화, 용기가 솟아나는 영화였다. 어떤 대사는 좋아서 적어놨다. 전체적인 영화가 아주 친근하게 느껴진다. 특히 영화 속에 보이는 타이베이나 타이중의 모습들. 우리 모두가 마음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기길 바라본다.

- 시도해보지 않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알겠어?

- 네가 마음속에 생각하고 있는 소리를 따라, 천천히, 앞으로 가는 거야.

- 내 방식대로 한 번 날아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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