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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볕이드는창가 Sep 25. 2021

여득수 (驴得水)

중국식 블랙 코미디


■ 원어 제목: 여득수 (驴得水, 뤼더슈이)

■ 영어 제목: Mr. Donkey

■ 장르 : 드라마 / 코믹

■ 년도 : 2016

■ 감독 : 周申,刘露

■ 주요 배우 : 任素汐,大力,刘帅良 등



오랜만의 영화 리뷰네요. 오늘 소개드릴 작품은 2016년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여득수(驴得水)>입니다. 영화는 일전에 <하락특번뇌(夏洛特烦恼)>를 리뷰할 때 소개드린 적이 있는 연극 극단이자 제작사 카이신마화(开心麻花)가 제작한 작품으로, 연극적인 장치들과 중국 사회를 풍자하는 듯한 내용으로 '웃지 못할 코미디'로서 중국에서 크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이 영화를 찾아보게 된 건, 이전에 리뷰했던 <반개희극(半个喜剧)> 이라는 작품 때문이었습니다. 그 영화가 엄청나게 재미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카이신마화의 작품이 풍기는 재미있으면서도 뭔가 사회적 의미를 담은 듯한 느낌이 좋았고, 그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배우 런수시(任素汐)가 이 영화에도 등장했기에 궁금했거든요. 그에 더해, 또우빤 커뮤니티에서 높은 평점을 가진 영화인 것도 이 작품을 보기로 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영화는 산시성(山西省)의 한 시골에서 시작됩니다. 1942년 한 시골마을의 학교. 너무 외진 동네의 학교라 키우고 있던 당나귀를 실제 존재하는 선생님인 것처럼 속여 정부의 지원금을 타 먹고 있었죠. 그러던 중 갑자기 정부에서 이 학교에 감찰단이 내려옵니다. 재직하고 있는 교사가 몇 명인지, 학생 수는 맞는지 등을 조사하러 내려오는 거라 급하게 '당나귀' 역할을 할 교사를 구해야 했죠. 결국 학교에서 일하던 일꾼을 급하게 선생님으로 '조작'합니다. 영화는 이렇게 학교가 지원금 수령을 정당화하기 위해 벌이는 일련의 행동들을 보여주며 중국 사회의 부조리를 드러내죠.


결과적으로 학교는 살아남았지만, 스토리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이곳에 나오는 모든 여자 캐릭터들은 다들 어떤 방법으로든 희생을 감행합니다. 그리고 그 희생의 대부분의 방법이 성적인 방법이죠. 중국어로 '설득'을 보통 설복(说服)이라고 하는데, 옛날 중국어 발음으로 하면 shui'fu 라서 '잠을 자서 설득한다'는 수복(睡服)과 같은 발음이 됩니다. 영화에서는 설복(说服)과 수복(睡服), 이 두 발음이 같은 중국어의 해음(谐音) 원리로 여성이 사회적 문제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희생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문득 영화 포스터에 나와있던 한 마디 말이 생각이 나는군요.


'웃긴 이야기를 하나 할게, 울지 마 (讲个笑话,你可别哭)'


사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2009년 감독 저우션(周申)이 친구들과 재미 삼아 생각했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떨까 저렇게 되면 어떨까 그저 친구들끼리 생각만 하던 이야기를 2012년 연극으로 제작했는데, 이 연극이 완전 대박이 납니다. 그래서 인기에 힘입어 영화화한 것이 바로 이 <여득수(驴得水)>라는 작품이죠.


목적 달성을 위해 어떻게든 제도의 사각지대를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주된 역할이 아닌 등장인물은 어떤 방법으로든 희생할 수밖에 없는. 저는 이 모습들이 실제 중국 사회가 갖는 모순점 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영화가 그것을 충분히 드러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자체는 코미디처럼 보이지만, 중국인들이 이 영화를 블랙 코미디(黑色幽默)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죠. 중국인들 사이에서 평점이 높은 영화 순위에 들었다는 건 중국인들 역시 이 영화의 문제의식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영화 속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지나간 일을 이렇게 그냥 흘려보낸다면, 이후에는 점점 더 악화될 거야. (过去的如果就这么过去了,以后只会越来越糟)". 그 말처럼, 어쩌면 이렇게 다소 간접적으로나마 중국 사회의 모순을 보여주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 중국 사회에게는 좋은 일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인 관객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영화 곳곳에 중국어의 어떤 해학성을 이용한 다양한 드립들이 섞여 있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영화 자체가 가진 풍자적인 메시지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중국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이 영화를 봤을 때는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영화가 재미없어지죠. 또 그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를 잘 번역해낼 만큼의 한국어 자막이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고요. 한국 관객들의 이 영화에 대한 평이 다소 엇갈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합니다. 하지만 중국 사회의 이면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고, 이해할 만한 언어적 능력을 갖추고 계신다면 분명 이 영화는 꽤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입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고 위챗에 올렸던 감상문을 공유하며 인사드리겠습니다.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譯] 심오한 메시지를 가벼운 언어들로 표현해내는, 깊은 맛이 있는 블랙 코미디 영화. 원래는 그저 평점이 좋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보다 보니 중국판 <82년생 김지영>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국만큼 직접적으로 표현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지나간 일을 이렇게 그냥 흘려보낸다면, 이후에는 점점 더 악화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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